1984년에 후타바샤(双葉社)의 소설 잡지인 소설 추리(小説推理)에 게재한 실러캔스 브레인(シーラカンスぶれいん)으로 등단한 후 소설가, 여배우, 가수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면서 미나미 군의 연인(南くんの恋人), 물 이야기(水物語), 눈을 감고 안아줘(目を閉じて抱いて), 우리는 번식하고 있다(私たちは繁殖している) 등 성적 문제를 직설적으로 언급하거나 여성에 대한 사회의 비뚤어진 시선을 지적하는 여러 장편 만화와 단편 만화로 유명한 만화가 우치다 슌기쿠(内田春菊)가 자신의 경험에 기초한 임신, 출산, 육아의 이야기를 그린 4컷 만화인 우리는 번식하고 있다(私たちは繁殖している) 제4권은 저한테는 충격이었습니다.
책 내용이야 제1권부터 이어진 임신, 출산, 육아를 그리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무엇이 충격이었느냐 하면
둘째 아이의 출산과 육아, 자궁외임신을 그린 제3권은 제1권부터 함께 살아오던 남자 친구와 결혼하여 행복하게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제4권의 띠지에 있는 넷째 아이의 임신을 보고 둘 사이에서 생긴 셋째 아이를 출산하고 넷째 아이를 임신하는 내용으로 구성하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초반에는 셋째 아이를 출산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지지와 함께 등장하는 남자의 모습이 좀 달라 보이기에 머리 스타일을 좀 변경했나 싶었지만 출산 후 본격적인 내용이 진행되는 부분에서 지지가 '지금은 딴 남자와 살고 있어요.'라는 말과 함께 다음 페이지에는 전 남편과 있었던 불협화음(지지만 돈 벌게 하고 그 번 돈으로 자신의 취미생활에 쏟아부으며 지지와 두 아이에게 별로 관심을 두지 않고 인생이 허망하다면서 자살 시도도 하고 특히 셋째 아이를 만들자는 지지의 말에 또 돈을 못 벌게 된다면서 거절하는 전 남편의 모습이 싫어서)으로 두 아이를 데리고 가출하고 그 사이에 딴 남자를 사귀어 그 사람의 아이를 임신, 출산하게 되었다고 설명하더군요.

새로 사귄 남자의 아이를 출산하고 다섯이서 함께 사는 그 와중에 전 남편이 두 아이를 내놓으라는 소송을 걸어와 지지는 친권 사수를 위해 DNA 검사까지 하여 전 남편이 두 아이의 아버지가 아님을 입증한 후 이혼 합의를 하게 되고 호적 변경을 통해 셋째 아이가 장녀, 첫째와 둘째는 양자, 양녀가 됩니다.
(세 아이 모두 아버지가 다른 상황입니다.)

지금의 남자가 자신을 더욱 더 사랑해주고 아이와 잘 놀아주고 아이를 갖는 것에 적극적이기에 지지는 행복하다고 하지만 전 남편과 있었던 상황을 보면 아이 갖기를 거절하면 언제든지 아이를 데리고 떠날 수 있으며 아이들도 같이 놀아주는 친구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아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한 인식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제1권의 수필을 통해 작가는 '자신이 한 남자와 결혼을 해도 그 남자의 아이만을 낳는다고는 확신할 수 없다.'라고 적고 있습니다.
이를 과장하자면 남자가 여자를 성적 놀잇거리 또는 출산 기계로 생각하는 것처럼 작가는 남자를 자신을 즐겁게 해주는 존재 또는 아이를 갖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으며 아버지라는 존재가 없어도 자신이 알아서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을 내포한다고도 할 수 있는데 아마도 작가의 어릴 적 상황이 성인이 되어서도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이것이 아이와 육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봅니다.

이 작품의 여러 곳에서 '이 만화는 허구입니다'라고 언급하지만 결국 작가의 실제 삶을 투영한 작품인 만큼 어릴 적 당한 고통을 각색한 자전 소설인 Father Fucker(ファザーファッカー, 국내명은 개 같은 내 아버지)처럼 이 작품도 출산과 육아는 표면상의 소재일 뿐 결국 자신의 30대 초반부터 지금까지의 삶(제4권에서는 41살)을 그려낸 자전 소설 같은 만화라고 생각합니다.

Posted by PC98 Libr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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