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리뷰/일본 만화
하라 히데노리의 내 집으로 와요
PC98 Library
2005. 7. 13. 06:01
일어 제목 : 部屋においでよ
출판사 : 小学館
만화가 : 原秀則 (Hara Hidenori)
권수 : 전 7권
발행일 : 1991년 7월 5일 ~ 1994년 6월 5일
하라 히데노리(原秀則)의 작품은 5~6년 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그래 봤자 겨울 이야기 정도) 구매를 하지 않다가 5월 초에 구매한 겨울 이야기가 맘에 들어 나머지 작품들(비스포츠 작품인 내 집으로 와요, 언제나 꿈을, 썸데이, 시소게임)을 한꺼번에 구매하였습니다.
구매한 지 약 1달 반 정도 되었군요.
그러나 겨울 이야기를 읽었을 때의 충격이 강했는지 코믹 성향이 매우 강한 시소 게임만 읽어 본 후 손을 놓고 있다가 내 집으로 와요(部屋においでよ)를 오늘 저녁이 되어서야 다 읽었습니다.
겨울 이야기보다 더 강한 작가의 각 인물의 심리묘사 때문에 책을 읽는데 고생을 좀 했습니다.
2컷, 3컷, 4컷 또는 그보다 더 많은 컷을 사용해 대사 없이 각 인물의 심리를 표현하다 보니 그것을 보고 있으면 무서운 느낌이 들어 잠시 책을 덮고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읽었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에 대해서는 여러 감상과 평가가 있으나 그 부분에 대한 내용보다는 책을 보면서 생각한 것을 적어봅니다.
첫째 : 각각의 소제목
이 작품의 소제목들을 보면 전부 의문형으로 끝나고 있습니다.
보통 종지형 또는 명사형으로 끝나는 소제목들을 전부 의문형으로 만든 것은 각 일화의 내용을 함축하는 어휘임과 함께 주요 인물인 미키오와 아야의 관계를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명확함이 아닌 끊임없이 되묻는 의심을 나타내는 의문형으로 표현하여 끝을 향해 갈수록 서로의 방향이 점점 어긋나는 두 인물의 모습을 묘사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둘째 : 카메라(사진)와 작가의 감정 묘사 표현
작가의 감정 묘사 표현방식을 봤을 때 이 작품에서 카메라(사진)라는 것으로 소재를 잡은 것이 잘 어울렸다고 생각합니다.
작품 내에서도 언급하지만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미래도 과거도 아닌 현재의 한순간, 가장 감정이 살아 있는 그 순간을 찾는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하죠.
작가가 인물의 감정을 묘사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인 연속적인 순차적인 행동을 보여주거나 같은 그림들을 연속적으로 컷을 나누어 표현하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각각의 컷들을 하나의 사진으로 보듯이 각 인물의 가장 감정이 살아 있는 장면들을 하나하나씩 그려내 인물들의 감정을 세밀하게 묘사하였으니 말입니다.
셋째 : 미키오와 아야의 동거 시작
책 처음에 이 둘은 침대에서 이미 관계를 맺은 모습에서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미 둘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를 보여주는 것이죠.
그런데 이 장면을 봤을 때 왜 이 둘은 사랑하게 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습니다.
그냥 아야가 '그저 대학생으로 봤던 미키오와 벌써 이런 사이라니?'라는 언급밖에 없지요.
그래서 마지막 권을 덮을 때까지 전 왜 이 둘은 사랑하게 되었는가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미키오가 아야와 헤어진 후 자신의 작업실에서 말했던 말 '우리는 우연히 만나서 서로 사랑하게 되었고 그러다 같이 살게 되다가 결국 헤어지게 된 거 아닌가?'
이 대사를 보니 그 의문의 정답은 우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남녀가 사랑하는 계기를 묘사하는 게 보통인데 작가는 그 우연이라는 것과 둘 사이의 사랑에 결정적인 계기가 없음을 표현하면서 그 둘의 사랑이 오래갈 수 없음을 암시하기 위해 그러한 시작을 보여준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외에도 여러 생각이 있지만 나머진 저만의 감정으로 놔두고...
각 권의 앞표지에 그려진 둘의 다정한 모습을 보니 안쓰럽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작품 내에 작가 자신의 모습도 보입니다. (만화가인 하라 선생이 피아노 사진이 필요하다는 부탁 등)
작품 내에서 가장 인상적인 말 한마디인 '사진작가와 피사체 간의 교감이 일치해야 좋은 사진이 나올 수 있다.'는 결국 사랑하는 남녀는 서로의 시선이 교차하여야 하며 서로의 일에 관심을 보여야 맺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추가]
소학관의 홈페이지에 있는 만화가 작업실 방문기 코너에 하라 히데노리 씨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 이 글은 제가 활동하던 애니메이션 동호회에서 2002년 7월 16일에 적었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