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리뷰/일본 만화

야마다 나이토의 Corduroy

PC98 Library 2005. 11. 1. 06:01


일어 제목 : コーデュロイ
영어 제목 : Corduroy
출판사 : ぶんか社
만화가 : やまだないと (Yamada Naito)
권수 : 전 1권
발행일 : 2000년 11월 10일

1983년에 야마다 아사코(山田朝子)라는 필명으로 집영사(集英社)의 소녀 취향의 만화 잡지인 디럭스 마가렛(デラックスマーガレット)에 게재한 아스팔트존 계속(アスファルトゾーンずっと)으로 등단한 후 활동하다가 1987년에 현재의 필명으로 강담사(講談社)의 청년 취향의 만화 잡지인 주간 영 매거진(週刊ヤングマガジン)에 연재한 키스(キッス)로 재등단하였으며 프렌치 드레싱(フレンチドレッシング), L'amant(ラマン), ero・mala(エロマラ), 니시오기 부부(西荻夫婦) 등 일반인의 밝거나 우수에 잠긴 일상생활 그리고 남녀의 따뜻한 사랑 묘사부터 과도한 성 묘사까지 극과 극의 모습을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독특한 그림체로 묘사한 여러 장편 만화와 단편 만화로 유명한 만화가 야마다 나이토(やまだないと)가 분카샤(ぶんか社)의 만화 잡지인 망가 가우디(まんがガウディ), 망가 알로하!(まんがアロハ!)에 1996년부터 1998년까지 연재한 Corduroy(コーデュロイ).

22세의 젊은이인 코구레 류세이(이하 류세이)가 골동품점에서 알게 된 프랑스인을 따라 마르세유의 별장에 가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파리, 마르세유, 런던 등 유럽 각지를 무전여행의 모습으로 떠돌아다니면서 만나게 된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자신의 아들을 죽여달라고 부탁하는 60세의 여성, 원래 콜걸이었으나 아버지와 자신을 버리고 유럽에서 유명 여배우가 된 여성을 복수하려는 소녀, 자신처럼 슬퍼 보이기에 상대 여성의 동의 없이 동반자살을 시도하지만 죽는 것이 무서워서 도망친 남자, 류세이가 꽃을 들고 가는 모습이 맘에 들어 누드모델을 부탁한 못생긴 여성 화가, 2년 동안 집에 오지 않았던 남편과 그를 기다리는 부인, 류세이를 통해 20대 시절의 젊음을 다시 찾으려고 한 부잣집 중년 여성, 남자에 의해 죽을 뻔한 상황을 구해 준 류세이와 하룻밤을 보낸 여성, 혈육관계가 없는 두 아이를 키우면서 여러 잡일을 하는 남성, 50년간의 결혼 생활을 접고 이번 파리 여행을 끝으로 이혼하게 된 노부부 등 류세이가 가는 곳마다 여러 사람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 이야기를 적어보자면,

1. 20살 때 낳은 자신의 아들이 없어지면 매우 즐거워질 수 있다면서 청부 살인을 60세의 여성에게 부탁받은 류세이는 근처 공원에서 그 아들을 발견하는데 그는 이미 죽은 지 오래된 개를 개 줄에 묶고 산책하러 다니는 정신 이상자였고 뭔가를 떠올린 류세이는 그 여성의 집으로 다시 찾아가지만 그녀는 창가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후였다는 이야기로 류세이에게 '사람을 죽이는 것은 어렵지만 자신의 자식을 죽이는 것은 더 어려워'라고 말하는 그녀의 대사를 통해 아들 때문에 고통 속에 보내왔지만 자신의 자식이기에 차마 직접 죽일 수 없는 어머니의 심정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으며 아들의 죽음보다는 자신의 자살을 통해 아들 사이의 사슬 고리에서 벗어나려고 한 것 같습니다.

2. 콜걸과 일본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그 여성은 아버지와 자신을 버리고 유럽으로 건너가 유명 여배우가 되었고 5년 전에 자신을 데리고 그녀를 만나러 파리에 온 아버지가 결국 죽으면서 그녀에게 복수하기로 한 소녀가 때를 노려 그 여성에게 총을 겨눈다는 이야기로 사실 소녀의 아버지가 그녀가 예전 콜걸이었다는 사실을 폭로하겠다면서 협박한 것으로 보아 아버지의 죽음에 뭔가 연관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소녀가 그 여성에게 '나를 사랑해준 오직 하나뿐인 아빠였어'라고 하는 부분이 있는데 야마다 나이토의 작품에서 '아버지에게 사랑을 받는 딸'이라면 보통 육체적인 사랑을 받는 것으로 묘사되기에 이 이야기의 소녀도 같은 거로 생각했지만 류세이와 성관계를 하는 장면에서 '처음 하는 거야'라고 하는 소녀의 대사를 봐서는 그런 상황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첫 번째 이야기에서 부모가 자식을 죽이는 것, 두 번째 이야기에서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 것이 묘사된 것을 보고서 어느 쪽이 더 죽이기 어려운 것인가에 대해 좀 엉뚱한 생각도 해 봅니다.

3. 50년간 함께 보내온 결혼 생활을 접고 이번 3일간의 파리 여행을 끝으로 이혼하게 된 노부부의 이야기로 말투가 딱딱하며 부인에게 신경질적인 말투를 내뱉는 남편과 남편만을 바라보며 살아왔지만 수년 전에서야 자신이 남편에서 묶여 있는 것처럼 남편도 자신에게 묶여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서 이번 여행만이라도 그를 자유롭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 부인이 결국 마지막으로 헤어지기 직전에 어린애처럼 엉엉 우는 모습을 통해 다시 서로의 마음을 재확인하게 되는데 이 파리 여행이 결혼 전에 남편이 부인에게 약속한 여행이었다는 점에서 묘한 느낌이 들게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칸에는 에펠탑 앞에서 두 명의 여성이 웃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 그려져 있는데 야마다 나이토 본인의 모습 같더군요.

이 작품에서 류세이는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사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배고파 돈이 필요하면 길거리에서 사무리아 쇼나 이소룡 흉내를 내어 돈을 벌거나 꽃가게 일이나 잡일을 하여 그날 끼니를 때우고 다른 곳을 가고 싶으면 히치하이크를 하거나 잠을 잘 곳이 없으면 그냥 길거리에서 밤을 지새우는 행동을 보여줍니다.
또한, 류세이의 주변에 등장하는 남성과 여성은 그에게 관심을 두며 집으로 초대하여 함께 보내기를 원하지만 그는 한곳에 오래 머물지 않고 또 다른 곳으로 떠난다는 점과 뭔가에 집착이 없다는 점에서 세상을 자유분방하게 보내고 있다는 인상도 듭니다.
다만, 작품 마지막까지 이 먼 유럽에서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지만 왜 자신의 나라인 일본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는데 남의 간섭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보낼 수 있는 이국땅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유럽을 배경으로 하다 보니 각 이야기의 제목이 프랑스어로 표기되어 있고 작품 속에서도 프랑스어를 카타카나로 표기하는 부분이 있기에 프랑스어를 모르는 저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있으며 표지 일러스트에도 보이듯이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것도 특징이라 하겠습니다.(총 236페이지 중에서 76페이지 정도)


( 신장판의 모습으로 야후 재팬의 옥션에 등록된 것을 사용했습니다. )

마지막으로 이 책은 2000년에 출판 후, 2004년에 신장판으로 재출판되었는데 표지 디자인을 봐서는 신장판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첫 출판은 칙칙한 짙은 갈색 배경에 헐렁한 옷차림의 류세이가 담배를 피우는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어 단순한 느낌이 들지만 신장판은 시원스러운 파란색의 배경 속에서 작품의 이미지에 어울리게 유럽 각지의 풍경을 찍은 사진들로 채워져 있기 때문입니다.

p.s FC Web에서 Corduroy의 일부분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