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리뷰/일본 만화

우치다 슌기쿠의 어쩐지 나른한 밤에

PC98 Library 2006. 10. 19. 06:01


일어 제목 : けだるい夜に
출판사 : 集英社
만화가 : 内田春菊 (Uchida Shungicu)
권수 : 전 1권
발행일 : 1992년 7월 28일

1984년에 후타바샤(双葉社)의 소설 잡지인 소설 추리(小説推理)에 게재한 실러캔스 브레인(シーラカンスぶれいん)으로 등단한 후 소설가, 여배우, 가수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면서 미나미 군의 연인(南くんの恋人), 물 이야기(水物語), 눈을 감고 안아줘(目を閉じて抱いて), 우리는 번식하고 있다(私たちは繁殖している) 등 성적 문제를 직설적으로 언급하거나 여성에 대한 사회의 비뚤어진 시선을 지적하는 여러 장편 만화와 단편 만화로 유명한 만화가 우치다 슌기쿠(内田春菊)가 집영사(集英社)의 여성 취향의 만화 잡지인 office YOU(オフィスユー)에 1990년 2월호부터 1992년 2월호까지 연재한 어쩐지 나른한 밤에(けだるい夜に).

여자 친구인 루비가 일하는 여장 남자 카페에 호기심 삼아 갔다가 자신을 여장 남자로 착각한 히데아키라는 남자와 묘한 만남을 하게 되고 나중에 그 남자가 자신이 일하는 직장에 새로 온 동료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여장하기를 좋아하는 연하의 이부키 히데아키와 사랑에 빠지지만 여장을 취미로 하며 자신을 성적 대상으로 봐주지 않는지 성관계를 거의 갖지 않는 히데아키의 모습을 보면서 불안을 느끼는 직장 여성인 키타노 마리모의 연애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작품의 일화 중에 마리모는 학창 시절의 학교 축전 때 연극에서 남자 역할을 했다고 말하니 히데아키는 그 시절에 자신은 여자 역할을 했다고 말하는 부분을 봐서는 예전에 남자와 사귈 때에는 남자가 하는 것을 묵묵히 따라 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직장 생활을 하면서 그런 성격과 모습을 버린 마리모 그리고 어릴 적부터 여장하기를 좋아했던 히데아키를 통해 서로 뒤바뀐 성을 보여주면서 성 정체성을 다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막바지에 마리모와 알게 되는 신지라는 남성도 여장을 취미로 하고 있지만 히데아키와 달리 자신은 '남자라는 부분'을 부수기 위해 여장을 한다면서 남자라는 관념이 자신의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는 한 제한된 행동과 생각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어 재미있는 일(여장한 상태로 상대 여성과 성관계를 즐기는 것 등)을 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하는 부분을 봐서는 사회의 억압적인 일반 관념에서 벗어나려는 사람 같아 보입니다.

그리고 이 작품을 보면서 문득 떠오른 것이 있는데 여장하기를 좋아하는 남자와 남장하기를 좋아하는 여성 또는 여성으로 성전환한 남자와 남성으로 성전환한 여자가 서로 만나서 사랑하게 된다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하는 것으로 혹시 이런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소재라면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