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1월에 집영사(集英社)의 소녀 취향의 만화 잡지인 주간 마가렛(週刊マーガレット)의 신인상에서 가작을 수상한 사과의 문(りんごの罪)으로 등단한 후 1970년대에 소녀 만화의 붐을 이끌면서 현재의 일본 소녀만화계의 방향성을 확립한 꽃의 24년조의 한 명이자 바람과 나무와 시(風と木の詩), 지구로...(地球へ…), 나를 달까지 데려가 줘!(私を月まで連れてって!), 천마의 혈족(天馬の血族) 등 여러 장편 만화와 단편 만화로 유명한 만화가 타케미야 케이코(竹宮恵子)가 아사히 소노라마(朝日ソノラマ)의 소년 취향의 만화 잡지인 월간 망가 소년(月刊マンガ少年)에 1977년 1월호부터 1980년 5월호까지 연재한 지구로(地球へ・・・)의 애장판을 읽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예전 1990년대 초반 MBC를 통해 명절 특선만화로 방영했던 '지구를 향해'라는 애니메이션의 원작 만화입니다.
1,000페이지에 가까운 이 책을 이틀 동안 다 읽으려니 팔이 아프더군요.

예전에 애니메이션으로 먼저 본 작품이기에 원작 만화는 애니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증을 가지고 만화를 읽었는데 이야기의 큰 줄기는 차이가 없었으나 몇 가지 부분에선 차이가 발견되더군요.

1. 카리나
애니에선 주인공 조미의 아내이자 신인류인 토니의 어머니이기도 하는 카리나가 조미가 처음 뮤의 우주선에 왔을 때 아는 사이가 되고 별 나스카에서 자연 임신을 통한 아이를 탄생시키기 위해 조미와 사랑을 나누는 장면(키스 정도)과 함께 키스에게 토니가 납치당한 사실에 충격을 받아 정신파를 남발하다 죽는 등 카리나를 어느 정도 주요 인물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미와 비슷한 나이의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만화에선 별 나스카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데 이미 임신한 상태로 보여줍니다.
또한 조미의 아이를 잉태한 것인지는 잘 알 수 없고 토니가 납치되었을 때 카리나는 조미의 정신파보다 더 강한, 모성애에 의한 정신파로 타고 있던 우주선을 마구 파괴하는 장면 등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카리나의 나이는 이미 20살이 넘긴 성인의 모습으로 묘사되고 조미는 뮤의 장이 된 후로 외관상 나이를 먹지 않아 14살의 아이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애니에선 토니가 조미에게 죽은 어머니보다 피시스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지만 만화에선 그런 말이 없는 것으로 봐서는 토니는 조미의 아이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토니의 그 대사는 애니에선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애니에선 조미와 피시스의 관계가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인데 만화에선 그 답으로 솔져 블루는 피시스를 사랑하고 있었기에 피시스(피시스는 뮤가 아니죠)를 구한 것이며 조미의 마음 깊숙한 곳에 블루의 정신이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2. 키스와 피시스의 관계를 밝히는 장면
애니와 만화 모두 피시스가 키스의 어머니라는 것을 보여준 것은 같지만 그것을 밝혀 주는 인물이 다릅니다.
애니에선 키스가 뮤의 존재에 대해 계속 마더에게 질문을 던지는데 마더가 키스에게 '뮤의 여자, 피시스가 너의 어머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만화에선 키스 스스로 피시스에 대해 조사하게 되며 결국 피시스가 자신과 같은 방법으로 태어났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렇지만 관계를 밝혀내는 존재는 조미이며 키스에게 '피시스가 너의 어머니다.'라고 말합니다.

3. 토니 이하 신인류가 떠나는 모습
애니의 마지막에선 토니 이하 신인류가 떠나는 모습이 보입니다.
자신들이 있어야 할 곳이 아니라며 우주 먼 저편으로 가는 모습을 그리고 자신들 신인류가 인간 또는 뮤와 공존할 수 없다는 말과 함께.
만화에선 그 이유를 좀 더 자세히 밝히는데 토니 이하 별 나스카에서 자연 임신으로 태어난 신인류 9명(애니에선 25명)은 이미 자신들이 인간이나 뮤와 공존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되고 언젠가는 그들이 없는 곳으로 가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지만 토니와 사랑하는 사이인 알렉트라는 그러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고 말합니다.
신인류 여자들은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존재라고.
그러나 토니는 알렉트라에게 우리는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그 힘을 이용하면 새로운 생명도 만들어 낼 수 있다며 위로해줍니다.
이미 예전부터 떠날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작품을 보면서 가장 이해가 힘든 부분은 딱 하나, 왜 피시스가 키스의 어머니가 되어야 하느냐입니다.
인간을 지배하는 컴퓨터인 그랜드 마더는 지금의 체제에서 완벽한 인간이 나타나지 않길래 스스로 정자와 난자의 수정을 통한 인간을 만들어냈다고 하며 거의 다 실패하고 11번째에서 성공한 것이 바로 키스라고 말합니다.
그 실패작 중 하나인 피시스는 눈을 볼 수 없고 여성의 생식능력도 없는 존재(그래도 난자는 생산되는가 보군요)인데 그런 실패작의 난자를 이용해 새 인간을 만들어 냈다니 어불성설이 아니겠습니까?
완벽한 인간을 만든다는 취지라면 아주 우수한 정자와 난자를 구해서 수정해야 하는데 실패작의 난자라면 유전적으로 뭔가 결함이 존재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것을 이용했다는 건 좀 모순으로 보입니다.

애니를 통해 이미 내용을 어느 정도 안 상황에서 본 만화이지만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규모에 맘에 들었던 작품이었습니다.
(부드러운 이야기 전개와 멋진 전투장면 등.)
딱 하나 아쉬운 점은 별 나스카의 파괴장면으로 애니에선 산산조각이 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만화에선 사람들이 불타고 땅이 갈라지는 장면까지만 묘사하더군요.
애니만 봐도 이 작품의 주제를 느낄 수 있지만 이 원작 만화를 통해 더욱더 마음에 와 닿더군요.
자신만이 아닌 자연의 모든 것과 공존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죠.

p.s. 그런데 만화의 마지막 에필로그에 나오는 그 두 소년과 소녀의 만남을 묘사한 부분은 솔져 블루와 피시스의 부활(사랑을 포함한)인가요?

※ 이 글은 제가 활동하던 애니메이션 동호회에서 2002년 7월 20일에 적었던 글입니다.

Posted by PC98 Libr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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