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에 애니메이션 제작사 토에이 애니메이션(東映アニメーション)에 입사하면서 등단한 후 시간을 달리는 소녀(時をかける少女), 썸머 워즈(サマーウォーズ), 늑대아이(おおかみこどもの雨と雪) 등 세밀한 이야기의 구성 그리고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연출을 결합한 독특한 연출이 돋보이는 여러 TV판 애니메이션과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애니메이션 감독 호소다 마모루(細田守)의 최신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일본에서 2012년 7월 21일에 개봉한 늑대아이 아메와 유키(おおかみこどもの雨と雪)를 9월 13일에 늑대아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개봉했다고 하여 시내 극장에 보러 갔습니다.

조조 시간대에 봤기에 관객이 거의 없을 거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감독의 인기도를 보여 주듯이 30명 가까이 관객이 있어서(그중에 스님처럼 보이는 분도 계시더군요.) 좀 놀랐고 매번 가는 극장에서 늘 하나씩 챙기는 팜플렛이 없어서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극장에 가서 팸플릿을 챙겨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본 작품은 모 국립대학에 다니던 여대생 하나가 같은 강의실에서 한 남자를 만나 연인 사이로 발전하다가 추운 어느 날 그 남자가 자신을 늑대인간의 후예라며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지만 하나는 그 남자의 진실을 받아들이고 함께 살면서 사랑의 결실인 유키와 아메(눈 그리고 비가 내리는 날에 출산해서 그렇게 이름을 지음)를 낳게 되는데, 슬프게도 아메를 낳은 직후 그 남자가 세상을 떠나 버리고 늑대로 변신할 수 있는 유키와 아메를 데리고 도시에서 살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인적이 드문 농촌의 폐가로 이주한 후 홀로 폐가를 수리하고 밭을 일구어 작물을 열심히 가꾸는 힘든 나날 속에서도 인정 많은 마을 사람들의 도움을 얻으며 뱀조차 무서워하지 않는 누나 유키와 벌레조차 무서워하는 남동생 아메가 늑대인간인 사실을 들키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열심히 키워나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초등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늑대가 아닌 보통 여자아이처럼 살려고 노력하다가 자신을 쫓아오며 관심을 나타내는 소년 소헤이에게 그만 늑대의 본성을 드러내며 다치게 한 유키의 이야기, 산속에 사는 여우를 스승으로 모시면서 숲이 바로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라고 인식하며 늑대의 삶을 원하는 아메의 이야기, 늑대와 인간의 삶 중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를 두고 크게 다투는 유키와 아메의 이야기, 집중호우가 내리는 어느 여름날 숲에 두 번 다시 가지 말라는 어머니의 부탁을 듣지 않고 숲으로 떠난 아메를 찾기 위해 숲 속에서 헤매다가 늠름하게 어른 늑대로 자란 아메의 모습을 보면서 결국 아들과 이별하게 되는 하나의 이야기 등 일부 긴장과 갈등의 전개가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늑대 또는 인간의 삶에 대해 고민하면서 각자의 삶을 찾는 두 아이 그리고 여러 고난을 이겨내며 두 아이를 열심히 키우는 어머니의 모습을 잔잔하고 따듯하게 그렸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도시 생활 중에 아픈 아메를 데리고 병원에 가려고 하지만 늑대인간이라는 사실을 들킬까 봐 고심하다가 소아 병원과 동물 병원에 각각 걸어 상담하거나 두 아이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 매우 피곤하면서도 열심히 책을 통해 공부하는 하나의 모습, 유키와 아메의 미래를 암시하는 집 앞의 갈림길, 학년당 한 학급 정도만 있는 시골 학교를 배경으로 유키가 다니는 반과 아메가 다니는 반을 카메라가 번갈아 보여 주면서 1학년부터 4학년까지 둘의 성장 모습을 보여 주는 모습, 관객의 시선이 아닌 엄마 하나의 시선으로 두 아이와 나누는 대화 및 행동을 보여 주는 모습 등 일부 연출이 돋보였으며 특히 유키가 어머니께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어머니와 자신들의 이야기를 관객에게 설명하는 방식과 닫는 노래 '어머니의 노래'를 통해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이라는 이 작품의 주제를 명확하게 보여 줬다고 생각합니다.

2시간 가까운 상영 시간 동안 역동적인 움직임과 갈등의 극적인 해소 과정은 거의 없으며 관객이 하나 또는 유키 및 아메 중 누구를 주역으로 봤느냐에 따라 이야기의 마무리가 상당히 밋밋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유키와 소헤이에 대한 후일담이 궁금해지네요.) 활발하고 유쾌한 행동으로 귀여움이 물씬 풍기는 유년기의 유키 모습이 눈길을 끌고 이야기 전개도 복잡하지 않기에 아이와 부모가 함께 보면 더욱 좋을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추가]

1. 극장에 가기 전에 공식 블로그에서 관련 동영상인 육아일기 영상을 봤더니 하나가 아메에게 수유를 하는 장면에서 유두가 그대로 드러나는 모습이 나와서 전체 관람가 등급을 받은 극장 상영판에서는 삭제되는 것이 아닌지 조금 걱정했었는데 아무 문제 없이 보여 주는 것을 보니 역시 어머니의 사랑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2. 소헤이가 유키를 계속 쫓는 장면은 이전 작품의 모 장면과 거의 비슷하더군요.
3. 아메는 자기 이름의 유래처럼 비가 오는 날에 엄마의 곁에 나타났다가 비가 오는 날에 엄마의 곁을 떠나는군요. 설마 유키도 눈이 내리는 날에 독립하는 것일까요?
4. 아쉽게도 우리말 녹음이 없는데 썸머 워즈처럼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에서 우리말 녹음을 해서 언젠가 방영을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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