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처 도서관에서 읽은 서적으로 미스터리, SF, 판타지 등 장르문학 작품을 출간하는 북스피어 출판사의 대표이자 편집자인 김홍민이 쓰고 어크로스에서 2015년에 출판한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 - 다르거나, 튀거나, 어쨌거나.

체계적으로 출판을 배운 적이 없지만 책을 만드는 일을 하나의 놀이로 생각하여 편집자 자신이 만든 놀이의 장에 독자 스스로 동참하게 하는 여러 기획이 큰 호응을 받은 이야기, 독자가 아닌 출판인의 입장에서 출판하면서 겪는 여러 고민 이야기, 여러 장르문학의 책과 저자 이야기, 한국 출판계의 현실 이야기 등 십수 년 동안 출판하면서 겪은 여러 경험담의 자기 생각을 재미있으면서 책과 출판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책입니다.

북스피어의 황당한 기획에서는 주로 광고용이기에 버려지기 일쑤인 띠지에 문구를 숨겨두고 이를 전부 모은 사람에게 도서상품권을 주는 이벤트, 등장인물의 이름을 외우기 어려운 독자를 위해 책의 뒷날개 안쪽 공간에 등장인물 소개란을 만드는 기획, 만우절 이벤트로 장난삼아 소설의 OST를 만드는 기획을 밝혔다가 높은 관심 탓에 실제로 만들었고 큰 호응을 받은 일, 규모가 작은 출판사들이 연대하여 한 작가의 전집을 출판하는 기획, 비용을 아끼고자 독자가 직접 교정하고 책을 포장하는 이벤트를 개최한 일, 마케팅을 위한 투자금을 독자에게 모금하는 독자 펀드에 성공했던 일 등 독자의 흥미를 끄는 재치있는 기획을 다수 만들어 역시 책을 만드는 일을 놀이로 생각하는 사람다워 보입니다.

그리고 출판 관련 고민에서는 출판사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자신의 원고를 출판해달라는 전화를 받아 고생한 일, 마감을 앞둔 필자의 다양한 태도, 제목짓기과 한글맞춤법의 어려움, 4의 배수인 쪽수와 파본 발생의 이유, 공모전을 노리는 미래작가가 염두에 둘 점 등 일반 독자는 잘 모르는 출판에 대한 여러 고민을 엿볼 수 있습니다.

또한, 여러 장르문학의 책과 저자 소개에서는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 - 오타쿠를 통해 본 일본 사회(動物化するポストモダン ~ オタクから見た日本社会) 등 일본의 오타쿠 문화를 심층적으로 분석한 비평가인 아즈마 히로키(東浩紀)의 주장을 언급하며 젊은 세대에게 인기 있는 라이트노벨을 소개하는 이야기, 비트겐슈타인 평전에서 철학 천재가 감탄한 노버트 데이비스의 추리소설 '두려운 접촉'을 언급하는 칼럼을 한겨레 신문에 실었다가 다음 날부터 출판사와 도서관에 그 책을 찾는 독자의 문의전화가 끝없이 와서 고생하다가 결국 '탐정은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라는 제목으로 한국어판을 출판한 일,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뛰어난 소설을 많이 쓴 미야베 미유키(宮部 みゆき)의 이야기와 인터뷰 등 장르문학을 전문적으로 출판하는 편집인답게 여러 관심을 끌 만한 작품과 저자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출판계의 현실에서는 인기 작가의 책을 선점하기 위한 출판사 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점점 치솟는 선인세, 베스트셀러를 만들기 위해 출판사가 사재기하는 현상, 점점 사라지는 서점계에서 독자의 관심을 끌 만한 독특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 등 출판인의 입장에서 출판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출판인이 출판에 대해 쓴 책이기에 일반 독자라면 잘 알 수 없는 출판과 출판계에 대해 엿볼 기회가 될 거로 생각하고 독자와 소통하기 위해 여타 출판사와 다른 황당하면서도 재치있는 기획을 꾸준히 선보이는 출판사의 모습을 보면서 이런 출판사가 많이 생기길 바라며 평소 장르문학 작품에 관심이 많지만 무엇을 읽어야 할지 모르던 차에 이런 분야만 전문적으로 출판하는 출판사를 알게 되었으니 출판된 책을 참조하면서 읽어야 할 책을 하나둘 찾아봐야겠습니다.

※ 알라딘에 등록된 이미지를 사용했습니다.

Posted by PC98 Libr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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