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몇 쪽에 불과한 초단편소설에서도 독자를 깜짝 놀라게 하는 결말의 반전을 선보여 코믹 SF의 거장으로 유명한 프레드릭 브라운(Fredric Brown)이 쓰고 서커스출판상회에서 2016년에 출판한 프레드릭 브라운 단편선인 아마겟돈(From These Ashes : The Complete Short SF).

이 책에 수록된 단편 중에서 웨이버리(The Waveries)는 라디오에서 딧-딧-딧 신호가 들리면서 신호의 원천을 찾다가 전기와 전파를 먹는 외계생명체가 지구에 몰려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번개가 사라지고 전기를 사용하는 모든 것(라디오, TV, 자동차, 핵폭탄, 원자력 발전소 등)이 작동하지 않게 되어 전기 없이 생활하는 세상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세간의 좋은 평가대로 설정과 이야기 전개가 매우 흥미로워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하지만 전기와 전파를 먹는 외계생명체라는 설정에서 이상한 부분이 눈에 띄는데, 그 외계생명체 때문에 번개 같은 자연 현상과 인간이 만든 모든 전기가 사라지는 것은 이해하지만 핵폭발 같은 아원자 단위에서 발생하는 전자기력도 먹는 그들이 왜 지구의 모든 생물이 발생시키는 생체 전기를 완전히 무시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생체 전기가 매우 미약하여 그들의 관심사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그렇다면 지구 전체에서 발생하는 전기보다 거대한 태양에서 발생하는 전기가 엄청나게 크기에 지구가 아닌 태양으로 가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더욱이 매우 강력한 전파를 내뿜는 블랙홀이나 초거대항성이 그들에게 더 낫겠지요.)
그래서 그 설정을 더 탄탄하게 하여 이야기를 이끌어갔다면 더 좋았겠다고 생각합니다.

p.s 이 단편의 설정을 보니 전자기로 이루어진 외계생명체가 지구를 침략하여 모든 전기를 마비시키고 모든 생명체를 분쇄하는 상황을 그린 영화 다크 아워(The Darkest Hour)가 생각납니다.

※ 알라딘에 등록된 이미지를 사용했습니다.

Posted by PC98 Library
,


단 몇 쪽에 불과한 초단편소설에서도 독자를 깜짝 놀라게 하는 결말의 반전을 선보여 코믹 SF의 거장으로 유명한 프레드릭 브라운(Fredric Brown)이 쓰고 서커스출판상회에서 2016년에 출판한 프레드릭 브라운 단편선인 아마겟돈, 아레나(두 권 모두 From These Ashes : The Complete Short SF를 분책한 것임.)를 읽어봤는데, 아레나에 수록된 단편인 화성의 거북(Six-leggeed svengali)에서 이상한 부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주인공인 스펜서는 에버튼 박사가 이끄는 탐사대와 함께 금성의 동물을 포획하는 일을 하다가 자신이 에버튼 박사와 대원들에게 금성의 진흙거북을 잡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 하였지만 그 말과 진흙거북에 대해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사실 진흙거북이 자신을 발견한 사람의 기억을 조작하여 일시 기억상실증에 걸리게 한 것임.), 335쪽에서 이런 문장이 등장합니다.

박사가 말했다. "우리가 합의한 내용이 기억 안 나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상한 부분은 바로 고갯짓의 해석에 대한 것입니다.
영어에서는 무조건 Yes는 긍정, No는 부정이기에 "밥 안 먹었니?"에 대해 밥 먹었다면 "Yes, 밥 먹었어요.", 밥 먹지 않았다면 "No, 밥 안 먹었어요."라고 하고 고개를 끄떡이면 Yes, 고개를 저으면 No가 되기에 위 문장에서 주인공의 행동은 기억 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한국어에서는 질문에 대해 맞다면 네, 틀리면 아니요이기에 "밥 안 먹었니?"에 대해 밥 먹었다면 "아니요, 밥 먹었어요.", 밥 먹지 않았다면 "네, 밥 안 먹었어요."라고 하고 고개를 끄떡이면 네, 고개를 저으면 아니요가 되기에 위 문장에서 주인공의 행동은 기억난다는 뜻입니다.

원래 이 소설은 영어 소설이기에 영어 독자라면 주인공의 행동을 아무 문제 없이 이해하겠지만 이 책은 한국어로 번역되어 한국어 독자가 읽는 상황이기에 기억상실증에 걸린 주인공이 기억난다는 뜻의 행동은 이상할 수밖에 없어 번역자가 이를 염두에 두고 '나는 고개를 끄떡였다."라고 고쳤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알라딘에 등록된 이미지를 사용했습니다.

Posted by PC98 Library
,


동네 헌책방을 운영하는 조경국이 쓰고 소소책방에서 2015년에 출판한 소소책방 책방일지 - 동네 작은 헌책방 책방지기의 책과 책방을 위한 송가(頌歌).

헌책방을 운영하는 책방지기답게 헌책방, 고서, 독서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쓰고 있는데, 그중에 1980년대 책갈피, 공책, 연습장, 책받침 등 여러 문구류의 표지에 그려진 소녀 그림에 관해 이야기하는 부분을 보면서(원문을 볼 수 있는 글쓴이의 블로그) 저도 그 당시에 책갈피의 표지에 수채화로 그려진 소녀의 모습이 꽤 마음에 들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당시에는 이 그림을 한국인이 그렸을 거로 생각했지만 실은 오오타 케이분(おおた慶文)이라는 일본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린 그림을 도용한 것이라고 하여 조금 놀랐고 인터넷 검색으로 찾은 오오타 케이분(おおた慶文) 홈페이지와 화집을 소개하는 국내 블로그에서 여러 표정의 아이와 소녀 그림을 보면서 그 당시에 저 그림들이 실린 문구류를 버리지 말고 보관해두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듭니다.

※ 알라딘에 등록된 이미지를 사용했습니다.

Posted by PC98 Library
,


영국 우주국에서 우주생물학 분야를 연구하는 과학자 루이스 다트넬(Lewis Dartnell)이 쓰고 김영사에서 2016년에 출판한 지식 - 인류 최후 생존자를 위한 리부팅 안내서(The Knowledge - How to Rebuild our World from Scratch).

소행성 충돌, 치사율 높은 전염병, 핵전쟁 등 자연 또는 인류에 의한 커다란 재앙이 발생하여 현대 문명이 붕괴한 세계에서 살아남은 극소수의 생존자들이 먹고 자고 입는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부터 건축, 의약품, 전기, 운송, 통신, 시간, 위치 등 생존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어떻게 갖추고 활용하여 문명을 재건해야 하는지를 설명한 책인데, 읽어보니 100권이 넘는 책을 번역한 옮긴이(=강주헌)의 이력답지 않게 번역과 편집에서 자잘한 오류가 눈에 띕니다.

01. 책의 부제가 '인류 최후 생존자를 위한 리부팅 안내서'인데, 처음 제목을 보고서 딱 한 명 남은 인류의 마지막 생존자라고 봤기에 그 생존자가 아무리 평생 노력해서 문명을 재건한들 번식 상대가 없어 뒤를 이을 후세가 없기에 문명의 재건에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여 글쓴이가 왜 이런 책을 썼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38쪽에 '유일한 생존자이거나 곳곳에 흩어져 서로 마주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소수의 생존자라면 문명을 재건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무의미할 것이다.'라고 적혀 있어(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며 인구를 늘리려면 적어도 수백 명의 남녀가 한 곳에 있어야 한다고 함.) 혼자 살아남은 것이 아닌 최소 수백 명이 살아남은 상황에서 문명을 재건하는 것이 저자의 의도이기에 저 부제에서 '생존자'가 아닌 '생존자들'이라고 명확하게 표기해야 합니다.

02. 곳곳에 탈자와 오자와 매끄럽지 않은 문장이 눈에 띕니다.
(아래 문장에서 괄호 내의 문구가 올바른 표현임.)

책 뒤표지 : 문명이 붕괴되지 않더라도 반드시 읽어야(읽어야 할) 필독서다.
383쪽 : 과학과 테크놀로지의 발전사를 다룬 책들 중에는 반드시 읽어야(읽어야 할) 필독서가 적지 않다.
36쪽 : 대다수의 인간이 죽음을 맞았어도 여전히 모든 물건이 주변이(주변에) 있는 상황을 상상해보자는 것이다.
111쪽 : 충분한 수분이 없으면 미생물은 살아나려고 발버둥 친다.(미생물은 살기 어렵다.)
112쪽 : 지극하게(지극히) 강인한 균주를 제외한 모든 균주의 성장이 중단된다.
112쪽 : 이런 이유에서 우리 미각은 염분을 갈망한다. 그러나(한편) 식품 보존을 위해서 대량의 염분이 사용된다.
113쪽 : 염장과 흔히 함께(함께 흔히) 사용되는 식품 보존 방법이 있다.
114쪽 : 식품이 자체로(식품 스스로) 방부제를 생성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있다.
120쪽 : 우리 소화기관에 기생하며 소화를 돕는 박테리아까지 생물계에서 나티라는(나타나는) 공통된 특징이다.
205쪽 : 이튿날 아침 그 외피를 벗겨내면 아편이 손에 쥐인다.(아편을 손에 얻는다.)
219쪽 : 모든 미국인 가각(각각) 9만 킬로와트시를 얻으면
255쪽 : 더 단순한 형태로는 승용차를 앞뒤로 쪼갠 후에 작동하지 않는 엔진에(엔진이) 장착된 앞부분은 버리고

자세히 찾아보면 잘못된 문장이 더 있겠고 그래도 책 전체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겠지만 더 완벽한 번역서를 위해서 다음 인쇄판은 문제 있는 부분을 고쳤으면 좋겠습니다.

※ 교보문고에 등록된 이미지를 사용했습니다.

Posted by PC98 Librar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