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처 도서관에서 읽은 서적으로 역사 교사인 김대갑이 쓰고 노느매기에서 2016년에 출판한 카트에 담긴 역사 이야기 - 상품에 담긴 침략과 혁명의 역사.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수많은 상품을 소비할 때 그저 욕망과 과시를 위해 소비하지 말고 현명한 소비를 하기 위해 상품 속에 담긴 역사적 가치도 고려해보자는 취지에서 쓴 책입니다.
곰 인형 테디 베어와 관련된 미국의 대통령 테어도어 루스벨트가 일본의 조선 식민지화에 앞장선 이야기,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이고 일본 자신의 문화와 접목해 새로운 음식 문화(덴푸라, 스시, 돈가스)를 만든 이야기, 청에서 수입하는 차 때문에 점점 늘어나는 영국의 무역 적자를 해결하려고 아편의 밀무역을 하다가 촉발된 아편전쟁 이후에 재탄생한 탕수육 이야기, 러일전쟁 당시에 일본 제국에서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발생하는 질병을 막기 위해 만든 정로환의 뜻이 '러시아를 정복하는 약'이었다가 태평양전쟁 이후에 '러시아를 바르게 하는 약'으로 바뀐 이야기, 우리나라의 군사정권 시절에 피카소라는 이름의 크레파스가 반공법 위반에 걸려(피카소가 공산주의자이고 한국전쟁에서 민간인 학살을 주제로 한 작품을 그렸다는 이유) 제조사 사장이 입건된 이야기, 칠레에서 분유 시장을 독점하던 세계적 식품회사 네슬레가 1973년 칠레혁명이 발생하자 손해를 볼 거로 생각하고 미국의 CIA와 결탁하여 쿠데타 세력을 지원한 이야기 등 여러 상품과 관련된 근현대사의 어둡고 불편한 이면을 흥미롭게 소개합니다.
그중에 눈길을 끈 부분이 어린이에게 친숙한 애니메이션이자 협동심과 성실함 같은 교훈적인 내용이 풍부한 '토마스와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인데, '쓸모없는 기관차는 폐기되어야 해'라는 대사를 통해 스스로 쓸모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노동자는 언제든지 해고되어야 한다는 가혹한 노동윤리를 주입시키고 '훌륭한 기관차는 싫다는 말을 하지 않는 거야'라는 대사를 통해 사용자의 지시에 불평불만 없이 절대복종하라고 강조하며 등장인물 중에 백인 외의 인종과 여성이 거의 없어 인종차별과 여성차별의 요소가 있음을 언급하면서 이를 영국의 산업혁명과 대처리즘이라는 신자유주의 시절에 자본가 계층이 원하는 사회 질서를 어린이에게 조기교육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하여서 단순히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그 작품의 이면에 그런 뜻이 있었다니 조금 놀랍습니다.
요즘 상품을 품질과 가격만 따져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을 만드는 기업의 사회적 의무에도 관심이 있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기에 상품의 이면에 있는 역사적 사실을 소개하는 이 책을 읽고 나니 앞으로 상품을 구매할 때마다 다시 보는 습관을 지녀야겠습니다.
※ 알라딘에 등록된 이미지를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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