零花(rayca)는 2002년 3월 25일에 출시된 OVA로 캐릭터 디자인을 초시공요새 마크로스로 유명한 미키모토 하루히코(美樹本晴彦)가 맡았습니다.
특이하게 캐릭터가 3D화되어 있지요.
그리고, 총 10화 중 첫 화와 마지막 화를 제외한 나머지 8화는 랜덤으로 5화가 플레이 되기에 한 번의 플레이로는 모두 볼 수 없다는 독특한 플레이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 본 문 ---------------


사람은 자는 동안 수십 번의 꿈을 꾸게 된다.
그러나, 기억에 남는 꿈은 수 개, 아니 아예 하나도 없을 수도 있다.

어제 참석한 상영회에서 마지막에 본 rayca.
미키모토 하루히코가 캐릭터 디자인을 맡고, 캐릭터가 3D인 이 애니메이션을 상영 당시 봤을 때는 추상화된 이미지들의 연속, 아무런 연관이 없는 각 화들로 말미암아 어떤 느낌도 없이 끝나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rayca에 대해 생각을 하던 중에 뭔가 이미지가 떠올랐는데, 그게 rayca와 어울리더군요.
제가 떠올린 rayca에 대한 이미지는 rayca 자체의 이야기를 완전히 무시하고 만든 것이지만, 어찌 보면 일맥상통하는 부분도 적지 않습니다.

작품 내에서 볼 수 있던 '추상화된 이미지들의 연속', '아무런 연관이 없는 각 화들', 'rayca라는 여 캐릭터의 존재' '왜 이 타이틀은 랜덤플레이를 지원하는가?', '왜 시작과 마지막 화는 고정플레이인가?' 등에 대한 의문점을 전 꿈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해결하고자 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생각한 rayca는 이 타이틀을 보는 각 개인의 꿈을 묘사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이 꿈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rayca의 의문점들을 하나씩 풀어가도록 합시다.

1. 추상화된 이미지들의 연속
여 주인공 rayca를 제외한 그 모든 배경이 뚜렷한 이미지로 되어 있지 않고(일부 아닌 부분도 있습니다.), 그 이미지도 이지러지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즉, 추상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지요.
왜 추상적인 이미지를 배경으로 이용하였을까?
그건 사람의 기억체계가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눈으로 세상을 볼 때 눈으로 들어오는 모든 사물 중 자신이 관심을 두는 특정의 것에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그 외에는 뚜렷한 이미지를 볼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눈에 들어온 특정의 이미지와 그 외의 이미지들 모두 뇌에 저장되어 기억되고 꿈이라는 것을 통해 다시 되새김질하게 됩니다.
꿈은 기억에 저장된 현실을 반영하여 이미지화되는데, 그 기억에서 끄집어내는 이미지들 중 특정의 것만 제대로 표현되고 그 외의 것은 추상적인 이미지로 보이는 것입니다.(그 이미지에 대한 정보부족 때문)
그래서, 기억에 남아 있는 꿈들을 설명하고자 할 때 아주 일부 특정 부분만 제대로 묘사할 수 있을 뿐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떠올리지 못하는 것도 바로 이 추상적 이미지의 존재 때문입니다.

2. 아무런 연관이 없는 각 화들
rayca에 보이는 각 화들이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은 왜일까요?
그건 각 화들이 각기 다른 꿈을 묘사하는 것으로 자신의 마음속에 깊이 존재하는 그 뭔가의 동기에 의해 꿈으로 표현되는 것이지만, 그 뭔가가 각각 단편적인 심상을 지닌 형상이라서 서로 간의 연관성이 없습니다.
물론 해몽이라는 것을 통해 꿈 간의 연관성을 지어 현실에 대해 예언을 하기도 합니다.

3. rayca라는 여 캐릭터의 존재
rayca라는 존재는 타이틀을 보는 사람의 꿈을 서로 연결하는 존재이자 타이틀을 보는 그 사람을 의미합니다.
rayca라는 존재를 통해 자신의 꿈들을 느끼고, rayca를 통해 또 다른 꿈으로 인도되기 때문입니다.

4. 왜 이 타이틀은 랜덤 플레이를 지원하는가?
사람은 자는 동안 수십 번의 꿈을 꿉니다.
물론 그 대부분 꿈을 꿨는지도 모릅니다.
이 꿈들이 매일 반복되는 것이 아닙니다.
매일 겪는 모든 일상사에 통해 얻는 기억들이 점점 축적되고 심상도 매일 변하기에 꿈도 같이 변화합니다.
그러니, 어제 꿨다고 해서 또 그 꿈을 꾼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물론, 그 꿈의 인상이 강렬해 기억에 존재하고 심상으로 남겨진다면 다시 그 꿈을 꿀 확률은 높아지겠지요.

5. 왜 시작과 마지막 화는 고정플레이인가?
이 타이틀의 특징은 랜덤 플레이지만, 시작과 마지막 화는 고정적으로 플레이됩니다.
왜일까요?
그건 시작과 마지막 화는 꿈이 아닌 꿈으로 가는 길목에 서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시작의 제목인 crossing, 마지막의 제목인 screen test.
crossing(=교차, 연결)을 보면 rayca가 뭔가를 기다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뭘 기다리는 것일까요?
이 타이틀을 보는 사람의 또 다른 꿈으로의 연결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마음 깊숙한 곳에 존재한 심상이 자신에게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지요.
sreen test(심상 테스트), 이 작품 중에서 가장 중요한 화입니다.
이 화야말로 rayca라는 존재를 통한 시작과 끝을 동시에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rayca가 뱉는 몇 마디의 말.
"당신은 나를 본다. 나도 당신을 본다. 나를 보라. 눈을."
(제대로 못 들었기 때문에 틀린 내용일 수도 있습니다.)
이 말의 의미는 '타이틀을 보는 당신은 rayca를 통해 자신의 꿈을 보며 나 rayca는 당신의 꿈을 통해 당신을 본다. 나 rayca의 눈을 통해 당신은 자신의 또 다른 꿈으로 인도될 것이다.'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rayca의 눈을 통해 또다시 연결점인 crossing으로 인도되고 자신의 또 다른 꿈을 보게 되는 피드백 시스템적인 모습과 함께 sreen test 중에 보이는 화면의 열화현상은 꿈을 꾸는 것과 꿈에서 깨는 것의 경계선에 서서 rayca를 통해 그 선택의 갈림길에 있게 하는 이미지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sreen test는 꿈을 꾸는 바로 그 시작인, 꿈에서 벗어나는 그 끝인 장소입니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rayca라는 작품은 타이틀을 보는 사람이 자는 동안 꾸는 꿈들을 rayca라는 존재를 통해 느끼는 꿈에 대한 여행을 다룬 작품으로서 각 개인 간의 꿈에서 나타나는 심상들을 이미지로 묘사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rayca라는 작품은 부족한 점이 많은데, 랜덤 플레이 되는 부분의 화 수를 많이 늘려 꿈의 개수를 늘려야 했고, 플레이하면 할수록 랜덤 플레이 되는 화의 수를 늘리는 방법을 채택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타이틀입니다.
rayca를 보고 나서 셔플로 들어 있던 하루히코님의 인터뷰와 making of rayca를 봤더라면 이 작품의 의미가 뭔지 좀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걸 보지 못해 못내 아쉽군요.

※ 이 글은 2002년 5월 초에 DVD프라임의 애니메이션 소모임인 애니쥬스에서 있었던 DVD 감상회에 참여했을 때 봤던 零花(rayca)에 대한 감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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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C98 Libr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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