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에 후타바샤(双葉社)의 소설 잡지인 소설 추리(小説推理)에 게재한 실러캔스 브레인(シーラカンスぶれいん)으로 등단한 후 소설가, 여배우, 가수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면서 미나미 군의 연인(南くんの恋人), 물 이야기(水物語), 눈을 감고 안아줘(目を閉じて抱いて), 우리는 번식하고 있다(私たちは繁殖している) 등 성적 문제를 직설적으로 언급하거나 여성에 대한 사회의 비뚤어진 시선을 지적하는 여러 장편 만화와 단편 만화로 유명한 만화가 우치다 슌기쿠(内田春菊)가 자신의 경험에 기초한 임신, 출산, 육아의 이야기를 그린 4컷 만화인 우리는 번식하고 있다(私たちは繁殖している) 제7권은 앞표지에 언급하고 있듯이 2005년 8월에 남편과 이혼하고 이제 남자친구로서 함께 사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2004년부터 2006년 초까지 이탈리아의 밀라노와 하와이로 가족여행을 간 이야기(여름과 설마다 시댁에 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를 비롯해 넷째 아이(아들2)을 중심으로 점점 커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혼 이야기를 다룬 초반 부분은 이혼 절차 과정과 함께 왜 이혼을 선택하게 되었는가에 대해 쓰고 있는데 이혼을 하고 아이들을 자신의 호적에 등록시키면서 자신이 낳은 자식이지만 현재 남편의 자식이 아니라는 이유로 첫째와 둘째 아이가 양자, 양녀로 호적에 등록되고 자신도 이 아이들의 양모로 등록되는 남성 중심의 호적 제도에 대한 반발심이었다고 하지만 그보다는 시아버지에 대한 험담이 이어지면서 친하게 지내던 시댁 일가도 성희롱하고 남녀 차별을 하고 잘난체하는 시아버지와 같은 부류의 사람이라고 깨닫고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그리고 이제는 시댁 일가와 인연을 끊고 싶었던 것이 이혼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드라마 및 영화 출연과 만화 창작 등 자신의 일거리와 유치원,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행사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와중에도 다섯째 아이를 가지려고 여러 가지 노력을 해보지만 45세라는 나이 때문인지 몇 년이 지나도 좀처럼 임신이 되지 않기에(45세 이상의 여성이 배란시기에 성관계를 해도 임신할 가능성이 4%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잡지 편집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 만화의 연재를 언제 종료하면 좋을지를 상담하는 모습도 등장합니다.

그럼 이번 권에서 눈에 띄는 이야기를 몇 개 써봅니다.

1.
지지가 이혼을 하면서 아이들을 자신의 호적에 등록시키려고 하니 원래 일본의 호적 제도에는 모자만으로 구성된 가족에게는 장남, 장녀 같은 명칭을 사용할 수 없었다가 2004년 11월에 쓸 수 있도록 변경되었다는 말을 듣게 되는데 왜 모자에게는 저런 명칭을 사용할 수 없는지 이해가 되지 않으며 우리나라의 호적 제도에도 저런 규칙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2.
아이들이 사람들로부터 '너는 형이니까 동생에게 양보해야지.', '너는 동생이니까 언니 말을 잘 들어야지.', '너는 남자니까 울지 마.', '너는 여자니까 얌전해야지.' 같은 남자, 여자의 고정된 시선이 포함된 말을 듣게 하고 싶지 않은 지지는 아이들에게 형, 오빠, 언니, 누나 같은 호칭을 쓰지 않으며 아이들도 그런 호칭 대신 서로 이름을 부르고 있다고 합니다.

3.
2살 때부터 게이머가 된 넷째 아이(아들2)는 PS2용 게임을 비롯해 마리오나 와리오가 나오는 GC용 게임 그리고 NDS용 게임에 흠뻑 빠져 밥 먹을 시간도 잊을 정도이기에 주의를 시키려고 했던 애 아빠도 넷째 아이가 너무나 열심히 잘하고 있기에 화를 낼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어린아이가 너무 게임에 매달리는 것은 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고 어느 날 넷째 아이가 내뱉는 'なにやってんの'를 듣고 놀란 지지에게 애 아빠가 건담 게임에 나오는 대사를 흉내 내고 있는 거라고 말하는데 그 건담 게임이 어떤 게임이고 3살짜리 아이가 즐길 만한 건담 게임이 있는지 좀 궁금해지네요.

4.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유치원에 다니게 된 넷째 아이(아들2)는 유치원보다 집이 좋다면서 떼를 쓰는데 어느 날 넷째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집에 온 후 넷째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 밖을 보니 애가 있어 깜짝 놀랐고 원장 선생님에게 아이가 어떻게 집으로 돌아왔는지 상담하던 중에 유치원에서 40분 이상 걸어야 갈 수 있는 집에 돌아온 유치원생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보통 그 나이라면 엄마, 아빠를 찾으며 엉엉 울 뿐일 텐데 직접 집을 찾아오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고 어쩌면 공간 지각력이 뛰어난 아이일지도 모르겠네요.

5.
어렸을 때부터 주위 사람들에게 여자로 오인당하였던 첫째 아이(아들1)는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또래 아이들에게 여전히 남자인지 여자인지 궁금해하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고 하는데 넷째 아이(아들2)도 서서 쉬를 하는데도 또래 여자애가 여자가 왜 서서 쉬를 보냐면서 묻는 등 여자로 오인당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몇 달 전에 읽은 양성구유 만화가 아라이 쇼(新井祥)의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성별이, 없어!(性別が、ない!)에 실린 내용을 떠올리니 왠지 이 아이들이 커서 성 동일성 장애를 겪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좀 듭니다.

6.
잡지 일로 배꼽 피어싱을 한 지지의 모습을 본 넷째 아이가 관심을 두면서 몬스터 주식회사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닮았다고 하고 애 아빠는 아이를 앞쪽으로 업을 때 아이의 엉덩이가 배꼽과 접촉하여 통증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피어싱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책의 뒷부분에는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한 단편 지식을 쓰고 있는데 몇 년 동안 임신을 하지 못하면서 책 제목다운 내용이 펼쳐지지 않자 덤으로 넣었다는 인상이 짙고 요즘 근황에 대해 쓰고 있는 마지막 부분에서 고추, 자지 등 성 관련 단어를 거침없이 내뱉는 지지에 대해 지적하는 아이들의 이야기(학교나 행사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주변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와 셋째 아이(딸2)와 함께 목욕하던 중에 중학생 시절에 임신했던 이야기를 했더니 애가 '내가 중학생일 때 아이가 생기면 낳으렴하고 말할 거야?'라고 물어 그렇게 하겠다는 약속을 통해 정말 셋째 아이(딸2)가 15살 때 아이가 생긴다면 그것도 좋겠다는 기대감을 품으며 이 만화를 계속 연재하기로 했다는 것으로 끝맺게 됩니다.
(감상글을 찾아보니 아이의 그 말은 정말 그때 임신을 하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상황을 겪더라도 엄마가 자신을 여전히 사랑해줄 거냐는 의미로 질문한 것이라는 의견이 있더군요.)

제6권과 마찬가지로 이번 권도 임신하지 못했기에 아이들이 커가는 이야기로 채워져 있는데 중학생 시절에 의붓아버지에게 성적 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어도 네 아이를 잘 키워나가는 것을 보니 다행이지만 제6권에서 폭발한 시아버지에 대한 험담이 계속 이어지기에 어렸을 때의 경험이 아직 그녀의 마음을 장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자신의 임신, 출산, 육아 이야기를 통해 번식의 즐거움에 대해 공감하게 해준 초기 권과 달리 아이들이 점차 크면서 소재가 고갈되었는지 그냥 가족의 일상생활이 전개되어 예전만큼의 재미를 주지 못해 이제는 좀 지루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번식하고 있다' 라는 책 제목다운 전개가 계속 이어질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세상을 향한(특히 아버지, 남자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은 그만 접고 자신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작품이 아니라 초심으로 돌아가 아이들이 잘 성장하고 화목한 가족생활이 펼쳐지면서 독자에게도 공감을 얻는 만화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PC98 Libr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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