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처 도서관에서 읽은 서적으로 바이킹, 사이먼 앤드 슈스터 등 여러 출판사의 편집자로 일했던 앙드레 버나드(André Bernard)가 쓰고 모멘토에서 2010년에 출판한 제목은 뭐로 하지? - 유명한 책 제목들의 숨겨진 이야기(Now All We Need Is a Title : Famous Book Titles and How They Got That Way).
책을 집필하는 작가와 그 책을 출판하는 출판인이 책의 성격과 형태를 나타내고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을 찾기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어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을 유명한 책 제목의 사례를 들며 소개하는 책인데, 처음부터 책 제목을 짓고 나서 집필하지만 나중에 바꾸기도 하고 미리 수십 개의 제목을 정해두었다가 그중 하나를 선택하기도 하며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의 작품이나 일상에서 영감을 받아 제목을 짓기도 하고 편집자와 작가가 서로 자신이 생각한 제목이 괜찮다며 신경전을 하는 등 책 제목과 관련된 여러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이 있습니다.
몇 개 소개해보면,
01. 피터 벤칠리(Peter Benchley)의 소설 조스(Jaws)는 작가와 편집자가 책이 인쇄에 들어가기 20분 전까지 여러 제목을 두고 고민하다가 전부 마음에 들지 않자 신인 작가의 소설을 누가 읽겠냐는 생각에서 그냥 조스(Jaws)로 정했다고 합니다.
02. 블라디미르 나보코프(Vladimir Nabokov)의 소설 롤리타(Lolita)는 원래의 제목이 바닷가 왕국(The Kingdom by the Sea)이었다고 합니다.
03. 돈 들릴로(Don DeLillo)의 소설 화이트 노이즈(White Noise)는 원래의 제목이 파나소닉(Panasonic)이었지만 일본 가전업체인 파나소닉의 변호사들이 상표 침해라고 주장하는 바람에 제목을 바꾸었다고 합니다.
04. 수 그래프턴(Sue Grafton)이 알파벳 26자가 순서대로 제목에 등장하는 소설 알리바이의 'A'("A" Is for Alibi), 도둑의 'B'("B" Is for Burglar)를 연달아 내놓자 출판사에서 영리하게도 독자와 서적상을 대상으로 이후 작품의 제목을 알아맞히는 대회를 했었다고 합니다.
05. 서머셋 몸(W Somerset Maugham)의 소설 달과 6펜스(The Moon and Sixpence)는 작가가 친구와 함께 브리지 게임을 하다가 그 친구가 책 제목이 매우 좋다고 하자 사람들이 제목의 뜻을 전혀 모른다며 "달을 잡으려고 손을 뻗느라 발밑의 6펜스를 놓친다는 뜻이라고."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06. 허먼 멜빌(Herman Melville)의 소설 모비 딕(Moby-Dick; or, The Whale)은 원래의 제목이 고래(The Whale)였지만 당시 모차 딕(Mocha Dick)이라는 초대형 향유고래를 추적한 흥미진진한 신문 기사가 인기를 끌고 있었기에 출판사에서 이에 편승하고자 작가에서 제목을 조금 고쳐줄 것을 제안하여 제목을 바꾸게 되었다고 합니다.
07.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Robert Louis Stevenson)의 소설 보물섬(Treasure Island)은 원래의 제목이 바다의 요리사(The Sea-Cock)이었지만 매일 쓴 원고를 아들에게 읽어주며 이야기를 설명하기 위해 섬의 지도를 그린 것이 작가와 아들 그리고 출판사 모두 좋아했기에 제목을 바꾸게 되었다고 합니다.
08. 레프 톨스토이(Leo Tolstoy)의 소설 전쟁과 평화(Война́ и мир)는 처음에 1825년이라는 제목으로 집필하다가 내용의 구성이 확대되어 1805년으로 바꾸었고 마지막에 가서 다시 제목을 바꾸게 되었다고 합니다.
09. 공지영의 소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불교 초기 경전인 숫타니파타에서 따왔는데 무명작가 시절이던 때라 출판사에서 난색을 표했지만 작가 자신은 그 제목에 애착이 많아 절대로 양보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10. 김승옥의 소설 서울 달빛 0장은 평론가 이어령이 김승옥을 문학계로 다시 데려오기 위해 호텔에 투숙시키며 작품을 쓰게 한 끝에 원고를 받았지만 다음 원고를 받을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고 이미 이 0장만으로도 단편소설의 완성도를 지니고 있다면서 원고의 장 제목인 0장을 책 제목에 붙였다고 합니다.
11. 윤대녕의 소설 은어낚시통신은 당시 무명 작가가 쓴 독특한 제목의 책이라서 그런지 서점의 담당자들이 낚시 관련 진열대에 두었다고 합니다.
다만 주로 영미권의 문학작품을 대상으로 하고 한겨레신문의 기자이자 번역을 맡은 최재봉 씨가 책의 후반부에 한국의 문학작품을 조사하여 실었지만 저의 독서량이 많이 부족하여 소개된 작품 중에서 매우 유명한 작품 외에는 대부분 모르기에 왜 그런 제목을 선택했는지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는 점이 조금 아쉽기에 관련 작품들을 하나둘 읽고 나서 나중에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
※ 알라딘에 등록된 이미지를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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