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에 집영사(集英社)의 소년 취향의 만화 잡지인 주간 소년 점프(週刊少年ジャンプ)의 32호에 게재한 전학생은 변장생!?(転校生はヘンソウセイ!?)으로 등단한 후 윙맨(ウイングマン), 전영소녀(電影少女), 아이즈(I"s) 등 변신 히어로물, 러브 코미디물 같은 여러 장르와 소녀의 몸매를 무척 예쁘게 그리는 화풍이 돋보이는 여러 장편 만화와 단편 만화로 유명한 만화가 카츠라 마사카즈(桂正和)가 집영사(集英社)의 소년 취향의 만화 잡지인 주간 소년 점프(週刊少年ジャンプ)에 1989년 51호부터 1992년 31호까지 연재한 전영소녀(電影少女).

우리나라에는 비디오 걸(Video Girl)이라는 제목의 15권짜리 코믹스판과 전영소녀라는 제목의 8권짜리 애장판(원래 9권짜리이지만 렌의 이야기를 그린 제9권이 빠졌음)이 정식 출판되었습니다.
전영소녀를 연재하던 1990년대 초반에 일본에서 외설물 파동이 일어났는데 여러 시민단체에서 선정한 해로운 만화와 게임 중에 이 만화가 포함되었고 일부 현에서 이 만화를 유해물로 선정하였기 때문에 코믹스 제1~6권 중에서 1~4번째 인쇄판 이후는 지적당한 일부 문제 장면을 삭제하거나 수정한 수정판으로 인쇄되었다는 글을 10년 전 PC통신 하이텔의 애니메이트를 이용했을 때 본 적이 있다고 6년 전에 쓴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에서 출판된 전영소녀 초기판을 10년 전에 구매했지만 정작 수정판을 갖고 있지 않고 그나마 가진 정식 한국어판은 국내 심의에 따라 더 수정되거나 삭제된 부분이 있어 확인할 수 없었는데 세월이 흘러 우연히 일본 위키피디아에서 이 만화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니 그 부분이 언급되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제5권의 19, 20페이지가 모두 삭제된 부분(마이가 치마를 들어 올려 노출된 팬티를 포함해 엉덩이를 마츠이가 손으로 애무하는 장면), 38, 39화에 걸쳐 마이의 나체 모습을 팬티 입은 모습으로 수정한 부분, 41화에서 아이의 엉덩이를 확대한 장면을 삭제한 부분과 아이의 나체 앞치마 모습을 팬티 입은 모습으로 수정한 부분, 45화에서 아이와 모에미가 온천욕을 할 때 사타구니를 가리게 수정한 부분이 이에 해당하고 제 것과 비교해보니 전부 다 제대로 실려 있어 역시 초기판인 걸 확인할 수 있었는데(결국, 정식 한국어판은 수정판을 토대로 제작된 것.) 요즘의 일본 만화를 생각하면 저런 묘사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외설물 파동이 일어났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 그럴 만도 했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보를 더 찾아보니 모 웹 페이지( http://www.reimeika.ca/dave/aicensor/ )에서 제3권과 제5권의 그 문제 장면을 볼 수 있어 좀 더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이 웹 페이지는 오래전에 사라진 터라 전 세계의 웹 사이트를 저장하는 Internet Archive를 이용해야 과거의 페이지를 볼 수 있는데, 혹시 확인하시려는 분이 계신다면 위에 언급한 내용대로 유두, 엉덩이, 사타구니 등 여성의 나체 이미지가 대부분이기에 이 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p.s 위키피디아의 정보를 보니 1999년에 電影少女 ~ Virtual Girl Lun이라는 연애 시뮬 게임( 게임 소개 )이 제작된 적이 있다고 합니다.

Posted by PC98 Libr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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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1라디오에서 방송하는 프로그램인 신성원의 문화 읽기에서 여러 문학 작품을 소개하면서 그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음악(대부분 클래식)을 감상할 수 있는 음악이 흐르는 문학이라는 코너를 좋아해서 매주 빠짐없이 듣는데 어제는 방송 최초로 만화가 이케다 리요코(池田理代子)의 오르페우스의 창(オルフェウスの窓, 국내명 올훼스의 창)이라는 일본 만화를 소개했습니다.
요즘 EBS를 통해 TV판 애니메이션 베르사유의 장미(ベルサイユのばら)를 보고 있지만 정작 만화가 이케다 리요코의 만화는 전혀 본 적이 없기에 한층 관심을 두고 들었는데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우리나라에는 1970년대 말에 해적판 만화로 소개되었지만 당시 군사정부 시절이라 만화의 배경인 러시아 혁명 때문에 도중에 핀란드 독립운동으로 바뀌었고 민중 봉기를 그린 내용 때문에 출판이 중단되었다가 민주 정부가 들어서면서 1990년대에 원래의 배경인 러시아 혁명을 충실히 그린 해적판이 다시 나와 우리나라 독자들이 혼란을 겪었다고 합니다.
또한 이케다 리요코가 이 만화를 창작하기 위한 자료 수집차 유럽을 여행하다가 이 만화의 배경인 독일의 레겐스부르크에 하루 묵게 되는데 당시 젓가락을 사용하는 동양인을 신기하게 봤는지 젓가락 비슷한 작대기 2개로 콩을 집어보라는 여관 주인의 부탁을 받아들여 시범을 보여줬더니 기뻐하며 음식을 공짜로 제공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여관 주인에게 자신이 음악학교를 소재로 한 만화를 그리기 위해 여행을 하는 중이라고 하자 근처 음악학교에 한국인 유학생이 있다고 소개해줘서 그 음악학교를 찾아가 그 여학생과 영어로 소통하며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나중에 고향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일본의 나고야라고 해서 한국인이 아니냐고 되묻자 일본인이라고 하여 결국 일본인끼리 힘들게 영어로 이야기를 나눈 꼴이 되고 말았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당시 미소 냉전 시절이라 구소련을 방문하려면 당국에 여행 사유서를 적어야 하는데 러시아 혁명에 대한 작품을 쓰기 위해 왔다고 썼더니 러시아 혁명에 대해 어떻게 쓰겠느냐는 질문을 하자 매우 긍정적으로 쓰겠다고 답변한 것이 좋았는지 흔쾌히 안내원까지 붙여줘서 러시아 혁명에 대한 여러 자료를 쉽게 조사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케다 리요코는 현재 만화가를 그만두고 자신이 원했던 음악의 길을 선택해 성악가로 활동하고 있다는데 어제 방송을 들은 후 엔하위키와 일본 위키피디아에서 이 만화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니 위에 언급한 내용은 거의 없어서 꽤 좋은 정보를 얻은 듯하고 기회가 되면 만화도 구매해 읽어봐야겠습니다.

[추가]
클래식 관련 사이트인 고!클래식에서 김재용 님께서 매우 자세하게 쓰신 글이 있기에 인용합니다.
혹시 문제가 생긴다면 곧바로 삭제하겠습니다.

이케다 리요코(池田 理代子)는 1970년대부터 80년대를 대표하는 일본의 만화가이다. <베르사이유의 장미>, <올훼스의 창>과 같은 이케다 리요코의 작품들은 우리나라에서도 80년대에 큰 인기를 끌며 당시 청소년기를 보낸 수많은 여학생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었다.

<베르사유의 장미>는 프랑스 혁명기를 배경으로 가상인물인 남장여성 오스칼과 실존인물 마리 앙투아네트를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이다. 2년 동안 연재한 분량은 이후 10권의 단행본으로 다시 발표되었고, 이 책은 현재까지 1000만부 이상 팔렸다고 하며, 심지어 이 작품의 영향으로 프랑스 혁명사를 연구하게 된 사람들의 수도 상당했다고 알려져 있다.

<베르사유의 장미>의 성공은 자연스럽게 다른 매체로의 각색으로 이어졌다. 1974년 타카라츠카 가극단(宝塚歌劇団)은 <베르사유의 장미>를 무대에 올렸고, 이 작품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 타카라츠카 가극단은 여성 배우가 남장을 하고 남성 역할을 맡는 독특한 형태의 구성을 고집하는 극단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전쟁 이후 여성 국악인들만으로 구성된 여성국극이 크게 유행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1960년대부터 여성국극이 사양길에 들어선 것과는 달리, 일본의 타카라츠카 가극단은 오늘날까지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러한 형태의 연극에서 남장여성 오스칼이 주인공인 <베르사유의 장미>는 가장 잘 어울리는 레퍼토리로 손꼽히게 된 것이다. 이 연극은 오늘날까지 다양한 버전으로 계속 무대에 올려지고 있으며, 2006년 1월 9일에는 통산 공연 1500회를 기록하였고, 같은 해 3월 17일에는 통산 관객 400만 명을 기록하며 타카라츠카 가극단 최고의 히트작으로 자리 잡았다. 이 작품은 우리나라에서도 2005년 11월 11일부터 13일까지 한일 우정의 해를 기념하여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내한공연이 있었다.

<베르사이유의 장미>는 TV 애니메이션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 작품은 총 40화로 구성되어 있으며, 1979년 10월 10일부터 1980년 9월 3일까지 일본에서 처음 방영되었다. 연출은 데자키 오사무(出崎 統) 감독이 맡았고, 이 작품은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게 되었다. 이 애니메이션은 한국에도 여러 차례 소개되어 큰 인기를 모았다. 1990년 처음 비디오로 나왔으며, 공중파에서도 1993년과 1997년, 그리고 2011년까지 세 번에 걸쳐 방송되었다.

<베르사유의 장미>의 각색 목록은 1979년 프랑스와 일본 합작으로 제작된 <레이디 오스카(Lady Oscar)>라는 제목의 영화로도 이어졌다. 1964년 영화인 <쉘부르의 우산(The Umbrellas Of Cherbourg)>의 명콤비 자크 드미 감독과 미셸 르그랑 음악감독이 다시 손을 잡았고, 실제 베르사이유 궁전에서 촬영을 하는 등 상당한 공을 들인 작품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과는 별개로 영화로서는 참담한 실패를 맛보았다. 원작의 비극을 해피엔딩으로 각색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당황하였고, 특히 오스칼 역의 배우가 원작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에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고 한다. 이 배우의 이름은 카트리오나 맥콜(catriona maccoll)이다. 지금은 이탈리아 호러영화에서나 가끔 볼 수 있다. 이 영화는 일본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거의 소개되지 못했다. 이탈리아에서 비디오로 출시되었으며, 독일에서는 텔레비전으로 방송되었다. 심지어 이 영화를 촬영한 프랑스에서는 아예 개봉되지도 못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이 영화가 실패한 사실과는 별개로, 마리 앙투와네트에 대한 이야기가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고 한다. 이케다 리요코는 <베르사유의 장미>를 통해 프랑스의 역사, 언어, 음식, 문화 등을 널리 알렸다고 하여 2009년 3월 11일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종 도뇌르 훈장 슈발리에장을 받았다.

<베르사유의 장미>가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소개된 시기는 1970년대였다. 번역된 책에는 당시의 관행대로 작가 이름으로 이케다 리요코가 아니라 정체불명의 한국 이름이 적혀있었다. <베르사유의 장미>는 거의 열 종 가까운 해적판이 출판되었는데, 그 중 여러 출판사의 책에서 정영숙이라는 이름으로 작가가 소개되었다. 여류만화가 황미나도 상당히 오랫동안 <베르사유의 장미>의 작가가 정영숙이라는 사람이라고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인가 이 책의 작가로 마리 스테판 드 바이트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바로 <마리 앙트와네트 - 어느 평범한 여성의 초상>이라는 역사소설을 쓴 작가 스테판 츠바이크의 이름을 변형한 것이다. <베르사유의 장미>는 누가보아도 여류만화가가 그린 작품으로 보였기 때문에 스테판 츠바이크의 이름을 그대로 쓰기 어색하다 싶었던지 앞에 마리라는 이름을 붙여서 스테판 드 바이트라는 이름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이케다 리요코는 1973년 <베르사유의 장미> 연재를 끝내고 제대로 된 작품을 그려보기로 결심했다. 이렇게 해서 시작한 작품이 바로 <올훼스의 창>이다. 이 만화는 1975년부터 1981년까지 7년여에 걸친 작업으로 이루어졌다. 러시아 혁명 등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이 독일과 러시아를 배경으로 펼쳐지며, 실제 역사적 인물들을 등장시키며 실제와 허구를 넘나드는 대하 역사극을 완성시킨 것이다. <올훼스의 창>이라는 제목의 올훼스는 그리스 신화의 오르페우스의 일본식 발음이다. 이 책은 오르페우스 신화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음악학교에는 올훼스의 창이라는 곳이 있고, 그곳에 서서 처음 본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처럼 불행한 결말로 끝을 맺는다는 전설이 소개된다.

이케다 리요코는 이전부터 음악학교에서 공부하는 젊은이들을 그리고 싶은 생각을 가져왔다고 했다. 이런 생각은 작가가 클래식 애호가라는 사실과 연결되는 것이다. 어느 인터뷰에서 말한 바에 따르면 작가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다고 하는데, 심지어 할아버지 장례식 중에도 자기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려 어머니에게 야단맞은 적도 있다고 한다. 작가는 초등학교 입학했을 무렵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지만, 보통 학생들처럼 레슨을 여러 차례 그만두었다가 다시 시작하는 일을 반복했다고 한다. 중학교 졸업 후 음대에 가고 싶다는 생각에 본격적인 레슨을 받게 되었지만 고민 끝에 음대 진학을 포기했다고 한다. 피아니스트로 활동할 정도의 음악적 재능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또 하루에 일고여덟 시간씩 피아노를 연습하기도 힘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한때 피아니스트를 꿈꿨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이후 한 번도 피아노 없는 생활을 경험해 보지 않았다고 한다. 살던 방에는 반드시 피아노가 있었다고 하며, 수십 번 이사를 갈 때에도 무거운 피아노를 끌고 다녔다고 한다. 이런 경험은 작품을 그리는 데에 큰 도움을 주었다. <올훼스의 창>에서 주인공인 이자크가 사용한 무거운 건반의 피아노도 <베르사유의 장미>를 그렸을 무렵 가지고 있었던 디아파송이라는 피아노이며, 또 이자크가 주점에서 쳤던 돌프 레만이라는 피아노도 실제로 작가가 가지고 있었던 골동품 피아노라고 한다.

작가가 <올훼스의 창>을 구상할 때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악기인 피아노 전공 학생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사실 음악학교 학생들을 주인공으로 설정한 것도 어려서부터 클래식 음악을 공부하고 싶었던, 하지만 음대에는 가지 못했던 작가의 동경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음악학교는 프랑스나 이탈리아가 아니라 독일에 있는 학교로 설정했는데, 이는 이케다 리요코가 영어 외에 아는 외국어가 독일어뿐이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케다 리요코는 <베르사유의 장미>를 그리면서도 프랑스어 자료를 보지 못하고 영어와 독일어로만 읽어야 했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베르사유의 장미>를 그릴 때 다음 작품은 독일을 무대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서 이케다 리요코가 좋아한 음악은 베토벤과 브람스 등의 독일 음악이었다.

작품 초반부의 무대가 되는 음악학교는 레겐스부르크라는 도시에 있다. 사실 이곳은 파리나 빈처럼 잘 알려진 곳은 아니다. 이곳을 그리게 된 것은 작가의 우연한 경험 때문이다. 이케다 리요코는 <베르사유의 장미> 연재를 끝내고 한 달 반 정도의 일정으로 파리와 영국 등을 자유롭게 여행했다. 빈에서 파리로 가는 열차를 타던 중 해가 저물자 레겐스부르크라는 도시에 내렸다고 한다. 역의 풍경이 마음에 들어 하루 정도 더 머물기로 결정하고 호텔로 갔다. 체크인을 하고 밤이 되자 첫눈이 내렸다고 한다. 그 때는 10월이었고 눈 속에 빨간 장미가 피어 있는 풍경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그래서 작가는 그곳을 배경으로 음악학교 학생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을 그리려고 결심한 것이다.

그 당시 독일의 소도시인 레겐스부르크는 일본인을 처음 본 사람들이 많았다. 호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데, 레스토랑 지배인이 삶은 콩과 막대기 두 개를 가져와 젓가락질을 부탁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케다 리요코는 싫은 기색 없이 젓가락으로 콩을 집었고 주위에서 와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덕분에 무료로 식사를 제공받았고, 식당의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올훼스의 창>의 교장선생은 바로 이 레스토랑의 지배인을 모델로 그린 것이다. 또 레스토랑에서 설거지를 하는 사람이 무척이나 멋있게 생겼었다고 하는데, 이 사람은 <올훼스의 창> 등장인물인 헤르만 빌클리히 선생의 모델이 되었다. 그 사람과 친해진 뒤 자신은 음악 공부하는 젊은이 만화를 그릴 예정이라고 이야기 했고, 그 사람은 마침 한국인 여자 유학생이 레겐스부르크에 있다고 말하며 음악학교 기숙사로 안내해주었다고 한다. 이케다 리요코는 그 학생과 음악학교 생활에 대해 영어로 이야기를 나눴는데, 대화 도중 그 유학생은 자신이 나가노 출신이라고 말했다. 어? 아 유 재패니즈? 예스! 한국인이 아니었다. 일본어로 이야기했으면 훨씬 편했을 텐데. 그 때 안내받은 레겐스부르크 음악학교의 기숙사 이미지는 <올훼스의 창>에서 그대로 사용되었다.

<올훼스의 창>의 3부는 러시아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작가는 <베르사유의 장미>에서 프랑스 혁명을 그렸으니, 다음 작품에서는 러시아 혁명을 그릴까 항상 생각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음악학교 학생 중에서 러시아에서 온 인물을 등장시켰다. 음악학교와 러시아 혁명이 하나의 작품 속에서 만난 것이다. 이 작품의 시대 설정이 20세기 초반인 것도 이 시기가 피아노 음악이 가장 활발하던 때였다는 사실과 러시아 혁명이 일어난 때라는 점을 모두 고려한 것이다.

이케다 리요코는 작품을 연재하던 중에도 독일에 여러 번 오가며 자료를 조사했다. 그리고 소련에도 다녀왔다. 당시는 일본인도 소련에 가기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던 시기였다. 소련에는 통역 겸 가이드가 있어야 여행이 가능했다고 한다. 이케다 리요코가 처음 여행을 허가받기 위해 소련 당국에 어떤 목적의 여행인지 서류에 기재하여 신청해야 했다. 이케다 리요코는 혁명을 주제로 작품을 그릴 예정이라고 적었고, 곧장 혁명을 긍정적으로 묘사할 예정인가 부정적으로 묘사할 예정인가라는 질문이 되돌아왔다. 아주 긍정적으로 그릴 예정이다. 그럼 허락한다. 이케다 리요코의 답변 덕분에 소련 당국의 호의적인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시간의 제약 때문에 막연하게 레닌그라드와 모스크바의 거리 분위기만 익히고 돌아왔지만, 두 번째 방문부터는 혁명 당시의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그릴 장면을 일일이 서류로 작성하여 소련 당국에 제출했다고 한다. 덕분에 소련 당국의 안내로 혁명의 무대에 나오는 곳을 모두 돌아볼 수 있었다. 보통 관광객들에게는 정해진 코스만 허락되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이지만 이케다 리요코는 특별히 여러 곳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예컨대 혁명 당시 은신처와 신문을 만들었던 아지트, 뒷골목과 지하도, 그리고 당시 모습이 보존된 방의 내부까지 볼 수 있었던 것이다. 혁명가들이 어떻게 해서 비밀 인쇄물과 신문을 몰래 읽을 수 있었는지, 그런 상황을 면밀히 조사할 수 있었다. 다만 정해진 곳이 아니면 사진을 찍을 수 없었기 때문에 머릿속으로 기억한 뒤 나중에 스케치를 해야만 했고, 몰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시베리아로 가는 기차에서 찍은 바깥 풍경을 담은 필름을 한 번 빼앗긴 적도 있었지만, 숨겨놓은 사진기 덕에 여러 장의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케다 리요코의 노력 덕분에 <올훼스의 창>에는 러시아 혁명 당시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지게 되었다. 하지만 러시아 혁명을 다룬 작품이 80년대 초반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출판되기 힘들었다. 클라우스가 러시아로 간 이유는 볼셰비키 혁명을 위해서였지만, 우리나라의 시대적 상황 때문에 책에서 묘사된 러시아 혁명을 핀란드 독립혁명으로 바꾸는 편법을 사용해서야 출판될 수 있었다. 덕분에 책 속에 나오는 모스크바는 투르크로, 페테르부르크는 헬싱키로 지명도 다르게 표기되었다. 그러니까 클라우스가 핀란드 독립을 위해 싸운 독립투사인 것처럼 각색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편법은 또 다른 문제를 불러 일으켰다. 유리우스가 클라우스를 찾아 러시아로 떠나면서 1부가 끝났는데, 갑자기 핀란드로 배경을 바꾸다보니 앞부분의 내용과 연결이 끊어지게 된 것이다. 하는 수 없이 한국어 번역본에서는 없던 내용을 추가하여 앞에서 나온 이런저런 그림을 복사해서 짜 맞힌 뒤 새로 지은 대사를 집어넣었다. 유리우스는 러시아로 클라우스를 찾아갔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클라우스가 핀란드에서 독립운동을 돕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핀란드로 왔다. 클라우스 당신은 왜 나에게 러시아로 간다고 거짓말을 했는가. 이런 대사였다. 하지만 아무리 이렇게 핀란드로 무대를 바꾸었어도 민중혁명을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는 내용은 당시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 때가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던 바로 그 해이다. 결국 <올훼스의 창>은 13권까지만 나오고 더 이상 발간되지 못했다.

몇 년 동안 <올훼스의 창> 후속편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다음 편을 요구하는 독자들의 요구가 많았다. 이런 이유로 중간에 끊긴 <올훼스의 창>의 이야기를 담은 엉뚱한 소설이 한국에서 나왔다. 물론 원작과는 전혀 다른 내용을 담고 있었던 책이었다. 유리우스가 유스포프의 아이를 임신하고, 이자크가 암으로 죽고, 클라우스와 유리우스가 독을 마시고 올훼스의 창에서 떨어져 죽는 내용이 이어졌다. 욕하면서 보는 막장 드라마와 전혀 다르지 않는 전개이다. 80년대 초반에는 우리나라에서 제멋대로 만들어낸 번외편이 인기를 끌던 시기였다. 이케다 리요코의 작품과 함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었던 또 다른 히트만화 <캔디 캔디>도 이런저런 번외편이 한국 작가들의 손에서 나왔다. 떠나간 테리우스가 다시 캔디에게 돌아왔다거나, 안소니와 캔디가 알고 보니 쌍둥이 남매였다거나. 이런 식의 내용을 담은 책이 출판되었던 시기였다. 말하자면 지금 팬픽이 정본인 것처럼 소개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올훼스의 창> 만화와 이것에 기반을 둔 번외편, 그리고 창작소설은 대부분 스테판 드 바이크라는 이름을 붙이고 나왔다. <베르사유의 장미>에서 붙인 가상의 작가 이름이 계속해서 이어진 것이다. <올훼스의 창>에 이르면 이 가상작가의 프로필까지 창작해내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프로필에는 스테판 드 바이크는 네덜란드 인으로 프랑스 고등사범학교를 졸업했고, 대표작으로는 <베르사유의 장미>와 <올훼스의 창>이 있다고 되어있다.

제5공화국이 막을 내린 뒤인 1989년이 되어서야 <올훼스의 창> 14권이 다시 나오기 시작한다. 시대가 바뀌었는지 이 책에서 나오는 핀란드 독립혁명이 러시아 혁명으로 다시 제대로 나오게 되었다. 그런데 앞의 책을 열심히 읽어온 독자들은 핀란드 독립투사라고 소개되었던 클라우스가 갑자기 왜 러시아에서 러시아 혁명을 위해 싸우는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오류를 바로잡은 <올훼스의 창> 정식 번역본은 상당한 기간이 지난 뒤, 그러니까 2001년이 되어서야 정식 계약을 맺고 나올 수 있었다. 이번에는 이케다 리요코의 이름도 제자리를 잡게 되었다.

<올훼스의 창>은 이케다 리오코가 지녀왔던 클래식 음악에 대한 동경이 담겨있는 작품이다. 한때 음대에 입학하고 싶어 했지만 만화가의 길을 걷게 되었던 작가의 아쉬움이 음악학교를 무대로 하는 설정으로 나타난 것이다. 작가는 <올휘스의 창>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2부라고 대답한다. 자신이 음악에 대해 지니고 있는 생각을 충분히 보여주었다고 말한다. <올훼스의 창> 2부는 이자크가 빈으로 가서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자크가 음악가로 성공하는 데에 큰 자극이 되어준 다섯 살 위의 피아니스트가 등장한다. 바로 실존인물이기도 한 빌헬름 박하우스이다. 박하우스는 <올훼스의 창> 1부에서도 유망한 신인 피아니스트로 몇 차례 언급되었지만, 작품 속에 등장한 것은 2부부터이다. 이자크는 빈에서 하루 상관으로 아르투르 슈나벨과 빌헬름 박하우스의 연주를 듣게 되고, 박하우스의 베토벤 해석에 큰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평론가들은 아르투르 슈나벨의 “계시에 가득찬 피아노에 비하면 빌헬름 박하우스의 연주에는 혼이 깃들여있지 않다”고 평가절하한다. 이자크는 박하우스는 “단지 베토벤을 잘 치는 기술자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기사를 읽고, 박하우스의 연주야말로 “베토벤이라는 것”을 모두 모르는 사실에 분개한다. 이자크는 자신이 박하우스의 연주처럼 “한 번만 그렇게 칠 수 있다면 죽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올훼스의 창> 2부에서 박하우스는 이후로도 몇 차례 언급된다. 빈에서 데뷔 공연을 갖게 된 이자크는 지도교수인 쇤베르크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눈다. 쇤베르크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음악이란 정신이며 정서의 예술이다. 단지 기술적으로 치면 되는 것이 아니지. 분명 박하우스는 천재적이라 할 수 있는 비범한 기술과 음악적인 지성을 지니고 있어. 하지만 슈나벨이 가진 영감의 깊은 정서의 표현에는 비교도 안되는 것이야. 그런 것은 영국이나 미국에서나 환영받는 것이지, 정말로 음악을 이해하는 국민에게는 금방 싫증을 느끼게 해” 이에 대해 이자크는 “저는 박하우스가 기술만의 피아니스트라고는 결코 생각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한 뒤 다음과 같이 속으로 항변한다.
“가슴을 뚫는 듯한 호쾌하고 산뜻한 연주는 마음으로 노래하는 것이 아니란 말인가! 저 빈틈없는 당당한 테크닉은 예술가의 혼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인가!”

<올훼스의 창> 2부에서 이자크는 빈에서의 데뷔 무대를 성공적으로 갖게 되고, 루빈스타인상을 수상하며 주목받는 신인 피아니스트로 명성을 누리게 된다. 실제로 1905년 루빈스타인상 수상자는 빌헬름 박하우스였다. 이자크가 루빈스타인상을 수상했다는 작중의 묘사는 박하우스의 이력에서 참조한 것으로 보인다. 성공한 피아니스트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던 이자크는 박하우스와 다시 만난다. 피아노 연주의 비결을 묻는 이자크의 질문에 박하우스는, 피아노 연주의 모든 기본은 음계과 연습, 그리고 바흐라고 말한다. 음계, 즉 스케일은 일정한 음정의 순서로 음을 차례로 늘어놓은 것이다. 악기를 처음 익힐 때부터 반드시 연습해야 하는 것이다. 보통은 직업 연주자로 활동하면서 이런 음계 연습을 계속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렇게 음계를 강조한 부분은 박하우스가 실제로 자주 했던 말이다. 박하우스는 테크닉의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항상 음계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박하우스는 <올훼스의 창> 4부 마지막에도 다시 등장한다. 이자크가 피아노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와 홀몸으로 아들을 키우고 있을 때, 이미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명성을 떨치던 박하우스는 레겐스부르크의 시골마을로 이자크를 찾아온다. 아버지를 닮아 피아노에 재능을 보이던 이자크의 아들은 박하우스와 함께 레겐스부르크를 떠나게 된다. 박하우스가 제자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은 잠시 접어두자. 아마 이자크의 아들인 유벨이 그런 원칙을 깰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케다 리요코는 언젠가 <올훼스의 창>의 번외편을 그리게 되면 아지크의 아들 유벨의 이야기와, 이자크가 대작곡가가 되어 성공하고 죽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이케다 리요코의 <올훼스의 창> 덕분에 음악 전문가가 아닌 보통 사람들에게도 박하우스의 이름은 잘 알려지게 되었다. 학생 시절 이 만화를 외울 정도로 읽었던 많은 사람들이 나중에 클래식 음악을 듣기 시작하면서 빌헬름 박하우스라는 피아니스트가 실제로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무척 즐거워했다고 한다. 박하우스가 세상을 떠난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일본에서 그의 인기는 여전히 높은 편이다.

참고로 박하우스가 등장하는 다른 일본 만화도 있다. 츠다 마사미의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을 보면, 아리마가 유키노의 집으로 들고 갔던 음반이 바로 박하우스가 연주한 브람스 협주곡 2번이었다. 칼 뵘이 지휘하는 빈 필하모니와 협연한 1967년 녹음이다. 아라마는 유키노에게 박하우스의 이 음반을 빌려주고 싶어 했었던 것으로 묘사되어 있는데, 예고 없이 찾아간 아리마에게 아무렇게나 하고 있던 유키노는 당황하여 옆차기를 날리게 된다. 이 만화에서 유명한 장면이기 때문에 기억하시는 사람도 많으리라 생각된다. 사실 이 만화를 그린 츠츠다 마사미도 자신의 취미가 클래식 음악 감상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말한 적이 있다.

이케다 리요코는 <올훼스의 창>으로 1980년 제9회 일본 만화가 협회상을 수상하였다. 이케다 리요코는 이후 <디어 브라더(おにいさまへ…)>, <클로딘...!(クローディーヌ…!)>과 같은 여러 히트작을 꾸준히 발표하며 일본 최고의 만화가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그리고 1986년 나폴레옹의 일생을 다룬 <영광의 나폴레옹 - 에로이카(栄光のナポレオン-エロイカ)>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는 <에로이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이케다 리요코는 <베르사유의 장미>를 마친 뒤 마리 앙투아네트가 세상을 떠난 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어 했다고 한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이 계획은 늦춰졌고, <베르사유의 장미>를 마친지 10여 년이 지나서야 이 작품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베르사유의 장미> 후속편 격인 작품답게, <베르사유의 장미>에 나왔던 베르나르 샤트레, 로자리 라 모리엘, 알랭 드 수아송 등이 이 작품에도 등장한다. 특히 알랭 드 수아송은 <에로이카>의 중반까지 중요한 비중으로 다루어진다. 사실 <베르사유의 장미>에서도 나폴레옹이 한 장면 인상 깊게 등장하기도 했다. <베르사유의 장미>와 <올훼스의 창>이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하는 순정만화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면 <에로이카>는 본격적인 역사물에 가깝다.

<에로이카>라는 제목은 분명히 베토벤의 교향곡 3번 ‘영웅’, 즉 ‘에로이카(Eroica)’에서 나온 것이다. 이케다 리요코의 작품 <에로이카>에도 이 교향곡과 관련된 일화가 짧지만 강한 인상을 전해주며 잠깐 소개된다. 이케다 리요코가 그린 베토벤의 모습은 우리에게 익숙한 초상화 속 베토벤의 모습을 그대로 모사하고 있다. 참고로 <에로이카> 전편에 걸쳐서도 나폴레옹의 모습은 초상화에 근거한 것이다. 젊은 시절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 작품에 나오는 나폴레옹의 모습은 나폴레옹의 여러 초상화를 충실하게 따른 것이다. 나폴레옹의 초상화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에로이카> 연재를 끝내고 이케다 리요코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나는 만화가로서 성공했다. 앞으로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자. 앞으로의 인생은 덤이다. 이런 생각을 할 때 앞에 악보가 보였다고 한다. 이케다 리요코는 어렸을 때부터 자신이 정말로 좋아했던 것은 음악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음대에 들어갈 결심을 했다고 한다. 그 때가 45세 때였다. 사실 이케다 리요코는 무슨 일이건 제대로 하자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베르사유의 장미> 연재를 시작하면서 자신에게 부족하다 싶은 생각에 본격적으로 그림 공부를 한 적도 있었다. 미대 학생에게 석고 데생부터 유화 등 차례로 배웠는데, <베르사유의 장미> 연재 도중 그림체가 조금 바뀐 것도 이 영향 때문이다.

이케다 리요코는 1995년 4월 동경 음악대학 음악학부 성악과에 47세의 나이로 당당히 합격하였다. 전공은 어린 시절 공부했던 피아노가 아니라 성악이었다. 늦은 나이로 피아노를 다시 시작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고, 노래를 부르는 일에도 계속 흥미를 가져왔다고 한다. 놀라운 사실은 이케다 리요코가 특례 입학이 아니라 시험을 보고 당당히 합격했다는 점이다. 고등학교 교과목을 다시 공부하고, 하루에 8시간 씩 피아노를 연습하고, 성악 레슨을 받았다고 한다. 참고로 이 시험에서 이케다 리요코는 독일어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이케다 리요코의 음대 입학은 당시 일본에서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40대 후반의 정상급 만화가가 작품 활동을 중지하고 10대 후반의 학생들과 함께 대학에 입학한 일은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이케다 리요코가 학교를 끝까지 마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실 40대 후반의 나이에 성악을 공부하는 것은 체력적으로 무척 힘든 일이었고, 만화가로서의 활동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심지어 지도교수인 히가시 교수도 이케다 리요코가 3학년이 되었을 때, 금방 그만 둘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10대 후반의 학생들과 함께 학교에 다니는 것은 이케다 리요코에게 신선한 경험이었다. 동급생에게는 “선생님, 베르사유의 장미를 그린 분이 아닙니까”라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고 하며, 또 어머니의 부탁으로 사인을 부탁하는 학생들도 많았다고 한다.
이케다 리요코는 음악대학을 졸업한 뒤 성악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했다. 음대 졸업 이후 만화를 그리는 것보다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활동을 우선하고 있다. 특히 작가로서의 재능을 발휘하여 오페라의 대중화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이케다 리요코는 실제 오페라 무대에도 성공적으로 데뷔했으며, 또한 나레이션 오페라라는 이름으로 기존의 오페라를 재구성하는 작업도 여러 차례 시도하였다. 복잡한 오페라를 알기 쉽게 재배치한 대본을 쓰고, 직접 노래도 불렀다.

이케다 리요코는 일반인들에게 오페라의 매력을 알리기 위한 여러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공주의 미소 - 행복해지는 오페라>라는 제목으로 유명 오페라 아리아를 선곡한 음반을 출시하여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였고, <지식 제로로부터의 오페라 입문>이라는 책도 저술하여 50편의 유명한 오페라를 4컷 만화와 함께 알기 쉽게 소개하는 책을 쓰기도 했다. 이밖에 일본의 음악평론가들이 쓴 오페라 관련 책의 일러스트를 맡는 등, 일본의 오페라 대중화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이케다 리요코는 2001년 성악가로서의 바쁜 일정 중에도 <니벨룽의 반지(ニーベルンクの指輪)>라는 작품을 연재했다. 이 작품은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을 만화로 풀어놓은 것이다. <니벨룽의 반지>는 리하르트 바그너가 작곡한 네 편의 오페라를 모아놓은 것이다. 내용은 바그너가 직접 고대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의 전설집인 사가(saga) 및 중세 독일의 영웅 서사시 니벨룽의 노래를 적절히 가감하여 창작한 것이다. 참고로 니벨룽의 노래는 <올훼스의 창> 1부에서 레겐스부르크의 축제에서 음악학교 학생들이 공연하는 장면이 있다.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는 네 편의 오페라가 이어지는 장대한 길이와 신화적인 배경을 지니고 있고, 덕분에 어지간한 음악애호가들도 이 대작의 줄거리를 모두 기억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케다 리요코는 <니벨룽의 반지> 연작을 네 권의 만화로 쉽게 풀어주었고, 덕분에 이 만화를 본 사람에게 바그너의 작품에 쉽게 입문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아쉽게도 이 작품은 우리나라에 번역되지 않았다.

이케다 리요코의 활동 중 무엇보다도 주목되는 부분은 <베르사유의 장미>의 작가답게 마리 앙투아네트가 작곡한 노래 16곡을 발굴하여 자신이 직접 노래를 불러 녹음했다는 사실에 있다. 몇 곡은 이미 녹음된 적이 있지만 대부분은 세계 최초로 녹음된 것이다. 이 음반은 2005년 마리 앙투아네트 탄생 250주년을 맞아 출시되었다. 출시일도 마리 앙투아네트의 생일인 11월 2일이다. 이케다 리요코의 실제 노래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귀한 녹음이다.

이케다 리요코는 성악가로서의 활동이 메인이고, 만화는 일종의 부업이라고 선언한 상태이다. 물론 지금도 아사히 신문에 <베르바라kids(ベルばらkids)>라는 제목으로 <베르사유의 장미>의 어린이판 연재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만화는 4컷의 짧은 작품이기 때문에 성악가로서의 활동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 분량이다. 그런데 이케다 리요코는 2007년 성악 우선의 원칙을 깨고 예외적으로 만화가로서 대작을 다시 시도하였다. 바로 배용준 주연의 한국 드라마 <태왕사신기>이다. 이케다 리요코는 이 작품에 대해 자신이 그리는 코와 턱의 라인이 배용준을 닮았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또한 욘사마의 열렬한 팬인 가장 친한 친구가 강력하게 추천했기 때문에 이 작품을 그리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케다 리요코씨는 수개월간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배용준의 모습을 표현한 원화를 완성했다고 하는데, “눈이 속쌍꺼풀이면 악인처럼 보이기 때문에 쌍꺼풀로 만들었고, 육감적인 입술도 남성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상당히 고생했다”고 말했다. <태왕사신기> 드라마의 일본 방송과 맞춰서 만화가 연재되었고, 이케다 리요코는 이 작품을 그리기 위해 오페라 활동을 잠시 쉬고 제주도 촬영현장에 취재를 다니고 틈틈이 한국의 고구려사를 연구했다고 한다. 일본에서 욘사마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실히 보여주는 아름다운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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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를 좋아하기에 만화책을 구매해 읽기도 하지만 만화 평론서나 만화 소개서 등 만화 관련 서적도 좋아합니다.
그저 만화를 좋아하는 일반인이기에 만화에 대한 전문 지식은 없지만 만화 관련 서적을 통해 아직 알지 못한 만화의 세계에 대해 좀 더 이해할 수 있고 만화를 보는 시야가 넓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만화 관련 서적을 읽기도 하고 저의 만화 선택에 큰 도움이 되었던 만화가이자 만화 평론가인 이시카와 쥰(いしかわじゅん)의 만화의 시간(漫画の時間) 같은 서적도 조금씩 구매해 읽고 있는데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우리나라에 만화 관련 서적이 많이 출판되었던 상황과 달리 요즘은 출판 수가 많이 줄어서 조금 아쉽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로 인터넷의 발달로 사람들이 전문가 수준의 매우 뛰어난 글을 무료로 볼 수 있는 상황이 되어 굳이 출판물을 볼 필요가 없어졌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 키노쿠니야 서점의 이미지를 사용했습니다. )

아무튼, 만화 관련 서적을 찾고자 아마존 재팬에서 검색하다가 만화가이자 만화 평론가인 이시카와 쥰의 만화 노트(漫画ノート)를 발견했는데 전작 만화의 시간(漫画の時間) 이후 12년 동안 BS망가야화(BSマンガ夜話)의 활동을 비롯해 신문과 잡지에 쓴 서평이나 단행본 해설, 개인전 해설 등 여러 글을 모은 단행본으로 아마존 재팬의 미리 보기를 통해 목차를 보니 446쪽 총 6장에 걸쳐 매우 다양한 만화(배가본드, 꼬마 마루코, 요코하마 매물기행, 좋은 사람, 베르세르크, SEX, 슬램덩크, 이나중 탁구부, 북두의 권, 공각기동대, 유유백서, pink, 기생수, 도박묵시록 카이지, 유리 가면, 시끌별 녀석들, 동몽, 철근 콘크리트, 올드 보이, 이니셜D, The Spirit of Wonder, 보노보노, 포의 일족, 무한의 주인, 동경좌, 데빌맨 등 )에 대해 쓰고 있으며 10여 년 전에 구매하여 읽었지만 아직 모르는 만화와 작가가 많았던 만화의 시간(漫画の時間)과 달리 그동안 제 지식이 늘었거나 이 책이 좀 더 대중적인 만화를 소개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름을 아는 만화가와 만화가 꽤 많은 편이고 만화가 야마다 나이토(やまだないと)를 알게 해 준 만화의 시간(漫画の時間)과 마찬가지로 이 책에도 만화가 야마다 나이토(やまだないと)의 동경좌(東京座)를 소개하여서 꼭 구매해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현재 원/엔 환율이 너무 많이 올라서 책 가격이 너무 비싸졌기에 구매가 쉽지 않은데 이 책이 출판된 2008년 1월에 정보를 접했다면 싸게 구했겠다는 아쉬움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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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만화책 표지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띠지.


보통 왼쪽에 위치한 만화가 타나카 유타카(田中ユタカ)의 아이렌(愛人) 제5권처럼 해당 만화책의 홍보용이나 오른쪽에 위치한 만화가 카츠라 마사카즈(桂正和)의 제트맨(ゼットマン) 제4권(1쇄 판의 띠지와 다름)처럼 출판사의 행사 광고용으로 사용되고 있기에 책 읽기에 불편하거나 별 내용도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하여 띠지를 버리는 사람이 많다고 하는데 저도 띠지가 그런 용도로 많이 사용되는 것을 봐왔지만 일부 만화책에는 나름대로 중요한 용도로 띠지를 사용할 때가 있습니다.


첫 번째 예는 만화가 야마다 나이토(やまだないと)의 커피와 담배(コーヒーアンドシガレット).
윗 그림을 보면 다른 만화책과 달리 만화책 표지의 2/3를 차지하는 띠지에 주인공 여성이 담배를 피우며 커피잔을 들고 있는 그림이 있어 제목의 분위기를 잘 살렸지만 띠지를 없애면 검정 바탕에 점으로 표기된 책 제목과 만화가 이름만 표기되어 상당히 밋밋한 표지가 되기에 띠지가 홍보용이 아닌 만화책 표지의 일부나 다름없어 보입니다.


두 번째 예는 만화가 야마다 나이토(やまだないと)의 동경좌(東京座).
윗 그림을 보면 추천 문구가 적힌 매우 평범한 띠지이지만 아래 그림을 보면 뒷표지에 이 책에 실린 단편 만화를 언제 어느 잡지에 연재했는지에 대한 정보가 실려 있는데 사소한 정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 만화가의 작품을 좋아하고 초기 작품부터 최근 작품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미묘하게 변하는 작품 특성을 느끼고 싶을 때 이런 정보가 도움된다고 생각하며 보통 만화책의 본문 맨 뒷부분에 이런 정보가 실리는 것과 달리 이 만화책은 뒷띠지에 적혀 있어 책 일부로서 중요한 정보를 담은 띠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정 만화가의 작품만 예로 들기는 했지만 띠지가 책 일부분으로 사용될 때가 있기에 띠지도 가치 있다고 생각하여 같은 만화책이라도 띠지가 있는 것을 고르게 되고 띠지가 없는 만화책을 구매하면 왠지 허전한 느낌이 듭니다.

p.s 띠지에 대해 언급한 만화를 수록한 블로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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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존 재팬의 이미지를 사용했습니다. )

며칠 전에 아마존 재팬에서 카와데쇼보신샤(河出書房新社)에서 출판하는 문예지인 KAWADE夢ムック를 검색했다가 하기오 모토 - 소녀 만화계의 위대한 어머니(KAWADE夢ムック 総特集 萩尾望都 少女マンガ界の偉大なる母)가 눈에 띄었습니다.
제가 아직 일본 만화에 대해 많이 아는 편이 아니라서 만화가 하기오 모토(萩尾望都)가 일본을 대표하는 만화가 중 한 명이라는 사실만 알고 있었다가 우리나라에 11인이 있다!(11人いる!)의 한국어판이 한 달 전에 출판되었다는 소식과 KBS 1라디오에서 자주 듣는 프로그램인 문화 읽기의 박사와 이명석의 만화로망백서라는 코너에서 이 만화를 소개하는 이야기를 듣고서 이 만화가에 대해 관심을 두게 되었는데, 이 문예지에서는 만화가 하기오 모토의 10대 시절과 만화가 등단 전의 작품 등 초기 작품 8편, 만화가의 인터뷰, 만화가의 작업실 소개, 여러 만화가(마츠모토 레이지, 치바 테츠야, 나가이 고, 아오이케 야스코, 우미노 치카 등)의 특별 기고, 평론, 작품 해설 등 만화가 하기오 모토에 대한 여러 내용이 실려 있다고 하니 이 단행본을 통해 만화가 하기오 모토의 작품 세계에 대해 알게 되면서 작품들을 구매해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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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I SHOP(ユイショップ), 핫 정션(ホットジャンクション), 키라라(KIRARA) 등 1980년대부터 컴퓨터 그래픽을 자신의 만화와 일러스트에 적용하고 밝고 판타지 분위기의 이야기를 그린 여러 장편 만화와 단편 만화로 유명한 성인 만화가 유이 토시키(唯登詩樹)가 집영사(集英社)의 청년 취향의 만화 잡지인 비즈니스 점프(ビジネスジャンプ)와 그랜드 점프 WEB(グランドジャンプWEB)에 연재한 My doll house(マイドールハウス) 제1권.

부잣집 아들이면서 취미인 여장을 살려 잘 나가는 여자 모델 하나부사 아리스라는 이름으로 활약하고 있는 대학생 카고사카 마히로가 여성을 한눈에 반하게 하는 자신의 능력으로 마음에 든 여성들을 자신의 저택에 살게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만화로 원래 만화가 유이 토시키의 작품은 이야기의 치밀한 구성보다는 좀 눈에 띄는 설정에 따라 풍만한 몸매를 가진 예쁜 여성들의 야한 모습과 이야기를 감상하는 것에 목적을 둔 것이 대부분이라서 이 작품도 여성을 유혹하는 강력한 페로몬 물질을 가진 자신의 천성 때문에 여장 남자를 해야 하는 설정만 빼면 비슷한 모습이기에 그리 신경을 쓰지 않으며 가볍게 읽었다가 중반부의 특정 부분부터 혼란과 불만을 느꼈는데 바로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인 여장 남자 마히로(=아리스)와 비서 미즈키를 비롯해 제1화의 일을 통해 저택에 살게 된 사야카, 대학 교수의 조수인 레나, 술집 여성인 유리 등 저택에 사는 여성들이 점차 모습을 드러내던 중에 마히로가 좋아하는 소꿉친구인 미와 옆에 있는 남자 코이치를 떼어놓기 위해 아리스의 모습으로 유혹했다가 저택으로 찾아온 코이치가 사귀자는 고백과 함께 덮치려는 위기에서 이 둘의 모습을 몰래 구경하는 저택 여성들을 보여주는데 앞서 말한 사야카, 레나, 유리 외에 본 적이 없는 여성 두 명이 갑자기 나타나서 세 여성과 이미 아는 사이인 듯 대화가 이루어지나 이름을 밝히지 않기에 정확히 누구인지 전혀 알 수 없고 사건 해결 후 소꿉친구 미와도 저택에 메이드로서 생활하게 되었을 때 또 처음 보는 여성들이 등장하지만 역시나 이름을 밝히지 않기에 새로 등장한 여성들에 대해 전혀 모른 상태에서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그래서 미즈키, 사야카, 레나, 유리, 미와를 제외한 나머지 5명에 대해 이름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 옷차림이나 머리카락 형태 및 길이로 차이점을 찾아내 각 여성을 인식하려고 했지만 곧 저택의 모든 여성이 메이드복을 입은 모습으로 등장하고 머리 묘사가 자세하지 않은 부분도 있기에 각 대사가 누구의 대사인지 파악하기가 어렵게 되어 내용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후반부에 수영복 촬영과 마히로가 요통 때문에 당분간 상대를 해주지 않아 욕구불만이 쌓인 6명의 저택 여성을 달랠 목적으로 함께 휴양지에 갔을 때 각자 자신의 이름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는 윗 사진의 장면이 나와서 휴양지에 가지 않은 여성 1명을 제외한 나머지 여성들의 이름(하루카, 쿠루미, 시호, 마키)을 알게 되었기에 처음부터 다시 읽어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던 대사들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저 장면이 없었다면 작품 전체뿐만 아니라 책 표지에 그려진 거의 나체 모습의 세 여성(가운데 사람은 아리스 모습의 마히로)조차 누구인지도 알 수 없는 모르는 것투성이가 될 뻔했습니다.

짧은 단편 만화의 등장인물이나 한두 번 정도 나오고 마는 단역이라면 이름이 없어도 이야기 진행에 문제가 없을 수 있겠지만 유이 토시키의 다른 작품들조차 등장인물의 이름을 금방 언급했던 것과 달리 주인공 마히로와 비서 미즈키 그리고 저택 여성 9명이라는 주요 등장인물도 많은 이 작품에서 왜 이름 공개에 인색하여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게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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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존 재팬의 이미지를 사용했습니다. )

1980년에 소학관(小学館)의 소년 취향의 만화 잡지인 주간 소년 선데이(週刊少年サンデー)에 게재한 봄이여 사랑(春よ恋)으로 등단한 후 저스트 미트(ジャストミート), 청공(青空), 겨울 이야기(冬物語), 내 집으로 와요(部屋においでよ), 언제나 꿈을(いつでも夢を) 등 스포츠나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소재로 인물의 심리 묘사가 돋보이는 여러 장편 만화와 단편 만화로 유명한 만화가 하라 히데노리(原秀則)의 최신 작품인 겨울 불꽃(冬はなび).

한 때 잘 나가던 여배우였지만 최근엔 TV에서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기 어려웠다가 모 권투 영화의 오디션에 합격한 쿠루미자와 마키가 한 때 유망한 밴텀급 권투 선수였지만 결국 챔피언은 되지 못하고 30대 중반이 되면서 권투 선수 라이선스를 잃을 상황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일하던 공장도 망하면서 위기에 처한 드래곤 곤다에게 권투 교습을 받게 되면서 서로 환경은 다르지만 벼랑 끝에 서 있는 같은 상황에서 재기를 노리는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한 달 전쯤에 이 작품을 알았을 때는 단행본이 나오면 한 번 관심을 둬보자는 생각이었지만 소학관 홈페이지에서 이 작품의 미리 보기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 바람에 정확히 어떤 작품인지 몰라 할 수 없이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일본 쪽 블로그에서 이 작품에 대한 짧은 소개를 볼 수 있었는데 다른 작품과 달리 주인공의 연령층이 높고 설정도 낯선 편이라 그리 길게 연재할만한 것은 아니었는지 단권으로 끝난 것 같기에 좀 아쉽지만 그래도 최신 작품이니만큼 구매해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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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살까지 여성으로 지내다가 염색체 검사를 통해 양성구유인 것이 판명되어 때에 따라 여자가 되었다가 남자가 되었다가 하는 자신의 몸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되자 가슴 축소 수술과 남성 호르몬 주사를 통해 남성으로서 창작활동을 시작한 양성구유(=반음양) 만화가 아라이 쇼(新井祥)가 자신과 성 소수자의 이야기를 그린 4컷 만화인 성별이, 없어!(性別が、ない!).

다음 달에 제8권이 출판된다기에 약 6년 동안 이어진 이 작품의 내용을 다시 음미하고자 며칠 전에 첫 권부터 다시 읽어 봤는데, 그 중 제6권의 후반부에서 토호서원(トーホー書院)의 구인 잡지인 Bustier(ビスチェ)에 연재한 2쪽짜리 애완동물 만화로 만화가가 키우고 있는 애완견(수컷) 미미마루의 일상을 그린 개님과 나를 보다가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3년 전에 거세했던 미미마루가 곰 인형을 상대로 혀로 애무한 후 그 부위를 향해 허리를 열심히 흔들고 다시 혀로 애무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혀로 애무하는 행위는 상대를 느끼기 쉽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의 성기가 들어가기 쉽게 하려고 그러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장면에서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2009년 4월에 제6권을 구매해서 읽었을 때의 기억이 아직 남아 있어서 그런 것으로 생각했지만 1년이나 지난 기억이 너무나 생생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전 권들을 다시 찾아보니 2007년 8월에 출판된 제4권에 똑같은 만화가 실려 있었습니다.
즉 양성구유와 성 소수자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에 덤으로 실린 만화이지만 똑같은 만화를 약 1년 반이라는 시간 차이를 두고 또 실었다는 것으로 구매한 지 1년이 지나서야 이 사실을 알았다는 것도 놀랍지만 만화가가 왜 똑같은 만화를 실은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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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한 달 전에 저의 게임 쪽 블로그에 포토 제닉이라는 게임의 광고에 있는 여 캐릭터의 프로필에서 발 크기가 적혀 있어 이상하다는 글을 썼었고 댓글을 남겨주신 분의 설명을 통해 이 게임의 대부분 캐릭터에게 발 크기에 대한 정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좀 독특한 게임이구나 정도로 생각하고 지나쳤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 만화가 김동화가 육영재단의 어린이 대상의 만화 잡지인 보물섬에 1984년부터 1987년까지 연재한 요정 핑크를 수록한 2003년 재판본과 1980년대 요요코믹스판의 차이가 있는지 비교해봤는데(한글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정도만 조정되어 있을 뿐 내용 자체는 같았습니다.), 출판일을 확인하기 위해 2003년 재판본의 제3권에서 마지막 부분을 펼치다가 핑크(꼬마)의 프로필을 발견하여 읽어 봤더니 다양한 정보 중에 신발 크기(12cm)가 적혀 있고 게다가 제1권의 중반쯤에도 빈이 자신을 소개할 때 신발 크기(265mm)를 언급하는 부분이 있어 좀 놀랐습니다.

아직 발 크기(=신발 크기)에 대해 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한국 만화에서 저렇게 남, 여 캐릭터 모두 그 정보를 언급하는 것으로 봐서는 발 크기(=신발 크기)가 캐릭터를 설정하는 하나의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이 드는데 일본 게임뿐만 아니라 한국 만화에도 나온 만큼 다른 작품에도 이 정보를 표기한 것이 있는지 한번 찾아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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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존 재팬의 이미지를 사용했습니다. )

1993년에 세이린도(青林堂)의 청년 취향의 만화 잡지인 월간 망가 가로(月刊漫画ガロ)의 10월호에 게재한 hole로 등단한 후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strawberry shortcakes), 호박과 마요네즈(南瓜とマヨネーズ) 등 단순하고 과장이 적으며 흑백 대비를 강조한 그림체로 일상 속에서 여성의 섬세한 심리 묘사를 그린 여러 장편 만화와 단편 만화로 유명한 만화가 나나난 키리코(魚喃キリコ)가 그림책 작가 나나난 키리코(ナナナン キリコ)라는 이름으로 처음 발표한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인 작은 스지(ちいさなスージー)를 뒤늦게 알게 되어 구매한 후 읽어봤습니다.

인형 또는 소인으로 보이는 스지가 길거리에서 어려움을 겪다가 한 남자아이의 눈에 띄어 한 가족이 된다는 이야기의 작품으로 색이 없는 러프 스케치 풍의 그림이 눈에 띄고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이라서 그런지 자세한 설명 없이 그림을 위주로 상황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데, 12쪽짜리 작품이기에 1,200엔이라는 책 가격과 비교하면 작품이 너무 짧다는 느낌이 들고 어른의 처지에서 이야기가 좀 밋밋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이고 양이 모든 것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음에는 좀 더 알차고 긴 내용의 작품을 선보였으면 좋겠고 그림책의 쪽당 가격이 저렇게 비싼 것을 보니 만화책은 정말 싸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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